옛날 어느 나라에선 두 당파(黨派)의 싸움으로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을 떠올려도 무방하겠다. 각설하고, 그 나라 학술원의 정치학자들은 고민 끝에 정치적 내전(內戰)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처방의 핵심은 "그들의 뇌를 반으로 잘라서 서로 붙여라"이다.
그 묘책을 소개하면 이렇다. 두 정당의 정치인 100명을 골라낸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을 소집한다. 의사들이 이들의 뇌를 반씩 자른다. 자른 뇌를 반대편 정당의 사람들 뇌에 붙인다. 이것으로 희대(稀代)의 뇌 수술은 끝. 다음은 수술 예후(豫後)다. 이들의 머릿속에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장기 이식 후 나타나는 통상적인 거부반응이니, 당황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뇌는 조화를 이룬다. 곧이어 그토록 미워했던 상대를 이해한다. 마침내 정치인들의 머리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정신'이 자리 잡는다.
희한한 수술이다. 결과는 훌륭하나, 과정은 섬뜩하다. 이 소설 같은 얘기는 정말 소설이다. 그것도 유명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1762년)다. 소년들에게 모험심을 심어 줬던 '동화'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1편 소인국' '2편 거인국' 외에 두 편이 더 있다. '뇌 수술' 부분은 '3편 하늘을 나는 섬'에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무삭제 완역판(完譯版)이 출간됐기에 나머지 두 편은 낯설다.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가 아니다. 탁월(卓越)한 풍자소설이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18세기 영국의 정치적 혼란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비판했다. 26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진부(陳腐)하지 않다. 정치판이 예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게 없어서일까. 어쩌면 그게 현실 정치의 속성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정치 아래 살아야 하는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대통령 탄핵 찬반 논란,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 이념·정서적 양극화가 나라를 수렁으로 몰고 있다. 이 모든 사태는 양대 정당의 극한 대치에서 비롯됐다.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지고, 수출길이 막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해도, 그들은 여전히 대치(對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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