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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트럼프의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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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대공황(大恐慌) 발발 직후인 1930년 미국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발동이었다.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명분은 국내 산업의 보호였다. 유럽 국가들은 보복 관세로 맞섰다. 세계 무역량은 크게 줄고, 대공황은 깊어졌다. '관세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됐다. '관세 전쟁=세계 공멸(共滅)'이란 교훈을 얻은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이끌었다.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 제정됐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나섰다. 미국은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發效)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주요국에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매긴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가 많은 '더티(Dirty) 15' 국가의 관세 산정에 집중하고 있다. 교역국을 '더러운 나라'라고 부르다니. 그 입, 참 '더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자유무역 질서를 흔드는 걸까? 그는 상·하원 합동 연설 등에서 "우리는 거의 사기를 당했다" "일자리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춰 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좇는 자유무역주의가 미국 제조업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적시(摘示)보다 선동(煽動)에 가깝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자본은 인건비·세금이 싼 곳으로 옮겼다. 공장이 빠져나간 많은 나라에선 일자리가 줄었다. 트럼프는 실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용해 재집권한 것이다. 세계화 주역인 미국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다니, 가당치 않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는 양면성(兩面性)이 있다. 선진국은 노동 집약 산업의 생산지를 후진국에 넘겨줬지만, 금융과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을 키워 성장을 이어 갔다. 자유무역은 값싼 공산품을 수입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율 관세 정책이 무역에 영향을 주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8%, 내년 1.3%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노린 '일자리 회복'도 쉽지 않다. 명민(明敏)한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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