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주 4.5일제 공약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제로 나아가자며 근로시간 단축을 약속했다. 국민의힘도 주 4.5일제를 꺼내 들었다.
사실 주 4.5일 근무제 이야기가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선 때는 주 4일제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 2023년 기준 1천87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OECD 회원국 평균 1천742시간보다 132시간 더 많다.
민주당의 4.5일제는 실질적인 근로시간 감축이 목표다.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 4시간을 제한해 현행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32시간제)를 목표로 한다.
민주당의 4.5일제는 개인의 여가 시간을 늘리고 직장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개인의 여가를 늘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남는 시간을 자녀 돌봄 및 학업, 은퇴 전 자기 계발 등에 쓸 수 있으니 사회 여러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 증가는 큰 문젯거리다. 직원 한 명만 빠져도 생산량이 줄고 타격이 커지는 중소기업에는 더욱 뼈아픈 제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결국 직원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생산량에 인건비만 늘어나게 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임금을 줄이자니 이는 직원들로서도 손해다. 실제로 국내 몇몇 기업이 주 4일제를 시도했다가 생산성 악화 등의 이유로 사실상 회귀한 사례도 있다. 민주당 안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 4.5일제는 금요일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점에선 민주당 안과 상통한다. 다만 줄어든 만큼 다른 날에 더 일해야 한다. 금요일 근무시간은 줄이되 총근무시간(40시간)은 지키자는 것이다. 민주당 안과 달리 총근무시간에는 변동이 없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실질적 근로시간 감축 없이 '주 4.5일제'란 이름을 내건 점에 대해선, 선거용 공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삼모사'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은 민주당 안보다 기업친화적이지만, 그럼에도 업계에서 불만이 나온다. 노사 간 논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할 일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 40시간 이내'로 법정 근로시간을 정한 국가는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주당 노동시간은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OECD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은 크게 차이가 난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법정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연장 근로시간 최대 2시간으로 정해 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반면,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349시간으로 우리나라(1천872)보다 크게 적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의 상당 부분이 여가 시간 사용 여부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연차가 있어도 쓰지 못하고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경색된 관념이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법정 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제도적 규제만을 우선하는 모습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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