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대 위기극복 릴레이 기고] 지방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는 대학의 역할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

우리나라는 지금 인구 절벽과 사람을 비롯한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이중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이 현상은 의료, 교육, 산업 등 지방의 전반적인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며,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지방소멸'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한 지 오래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기 시작한 이래, 2024년에는 결국 0.65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수치까지 떨어졌다. 이는 조사대상 198개국 중 최하위,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가 지속된다면 207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현재의 70% 수준인 3천766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현재 전체 인구의 절반, 경제력의 80%가 집중돼 있다. 그 여파로 지방은 점차 공동화되고 있으며, 경북과 대구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시·군·구가 행안부 기준으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지방'이라는 말이 곧 '위기'를 뜻하게 된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내세우는 새로운 구호다. "지역을 살리는 대학, 대학을 키우는 지역", 이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다. 지방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역 대학의 역할을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방대학이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만 머무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역과의 생존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지역 혁신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방 대학의 위상 변화는 이미 절박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대학들은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과 대학은 이제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필연적 관계가 되었다. 지역은 대학을 통해 인재 양성과 새로운 산업 개편 그리고 혁신적 정책을 기획하며, 대학은 지역을 기반으로 생존과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먼저, 지역 산업 기반에 맞는 학과 재편과 특성화를 통해 교육의 실질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지역 청년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들은 지역의 새로운 인적 자원이자,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대는 지난 3년간 학과 개편을 중심으로 한 구조 혁신으로 지역 수요에 맞춘 체질 개선을 이루었으며, 이를 토대로 교육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서 경북 최다 과제 선정이라는 성과와 함께 400억원의 지원을 받아 지역 혁신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유일의 창업중심대학으로서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60여 개국 2천여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인 글로벌 캠퍼스로 성장하며 국제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지식의 생산과 전달이라는 기능에 주로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시대적 사명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와 명운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핵심 구성원이자,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로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혁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대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 요구하는 불가피한 해답이다. 대학이 지역과 함께 걷지 않는다면, 지역도 대학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지역과 상생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대학이 늘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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