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 받고 있는 대구 출신 재미(在美)작가 애나 박의 한국 첫 개인전 '굿 걸(Good Girl)'이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96년생인 작가는 21세인 2017년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데뷔 2년 만인 2019년, 현대 팝아트의 거장 카우스(KAWS)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며 자신의 SNS에 찬사를 올려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이듬해 애나 박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 포스터 제작에 참여하고, 뉴욕예술아카데미 졸업 후 1년 만인 2021년 뉴욕 하프갤러리 개인전, 블룸앤포갤러리 도쿄 개인전에서 모든 작품이 솔드 아웃되면서 세계 미술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또한 팝 가수 빌리 아일리시가 소장한 작품이 앨범 특별한 커버로 제작되는 이슈까지 더해지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2022년 사바나 SCAD미술관, 2024년 서호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이미 중국과 미국, 홍콩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등 광폭 성장의 행보를 보여왔다. 대구에서 출생해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갤러리를 찾은 애나 박 작가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고향인 대구에서 열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며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전시장은 대부분 150호 이상의 대형 신작들로 채워졌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과장되게 웃거나 화려하게 꾸민,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며 유리천장을 깨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젊은 작가의 눈에는 많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 속 이상적인 여성상을 따르는 '굿 걸'의 모습을 따르고 있다는 것.
"SNS나 광고 속 범람하는 여성의 이미지들이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여성은 아름답고 순수해야만 한다는, 혹은 성(性)적으로 소비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그것은 고정관념적인 역할을 부여하거나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등 제가 여성으로 살아오며 경험한 것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미디어 속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키면서, 무겁지 않게 유머 한 스푼을 더해 여성이 가진 기저의 욕망을 함께 드러냈어요. 주체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존재로 새롭게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최근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 프레임과 텍스트 레이어가 겹쳐, 보다 입체적이다. 그는 글자와 사물이 엉킨 다소 추상적인 배경 속에 프레임 형식의 삽화가 대비되는 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맥락에 변화를 주거나 메시지를 전한다.
애나 박의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한지와 목탄이라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 미국 특유의 상업적인 이미지를 한지 위에 먹색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흑백의 극명한 대비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섬세하게 표현한 농담과 목탄 특유의 뭉개진 효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드로잉을 하며 목탄이라는 물성과 신속하게 드로잉할 수 있다는 특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흑백은 과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느낌을 잘 살리고,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미술비평가는 "그의 작품은 인터넷 세대를 지나 인공지능 세대로 이어지는 현재의 일상적 인지환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라며 "2000년대 이후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화가에게는 빅테크 자본주의의 정교하고 거대한 시스템이 '녹아들어가는' 세계의 감각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작품세계는 불과 10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만들어낸 회화적 서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고 정교한 예술적 구조물을 구축하고 있다. 목탄 중심의 독특한 흑백 계조들로 화면을 구성하는 작가의 기술적 탁월함과 원숙함은, 비슷한 연배에 독창적인 방법론과 작품세계를 완성했던 에곤 쉴레나 바스키아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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