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인사이드 아웃] 죽이려고 차려입은 걸까, 죽임을 당하게 차려입은 걸까?

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 위기관리 대표

앤서니 헤가티

만약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때 자신이 마치 25살인 것처럼 행동하는 14살 딸을 둔 부모라면,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필자는 성폭력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기에, 특정한 부분들이 특히 눈에 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패션, 음악, 심지어 광고에 의존하는 점점 더 성적인 문화 속에서 청소년기에 자라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라는 도시의 위험 요소들을 인식하는 것과 딸의 행복에 대한 고민을 균형 있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대구에서는 성폭력 신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이러한 증가는 더욱 충격적이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 기간 동안 대구의 인구는 약 3.5% 감소하여 246만 명에서 237만 명으로 줄었지만, 성폭력 신고 건수는 1,278건에서 1,706건으로 33% 이상 증가했다. 인구 대비로 보면, 10만 명당 신고 건수는 51.9건에서 71.8건으로 38%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여러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사건이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인식 개선, 신고 절차의 향상, 혹은 법 집행의 변화 때문인지? 특히 2022년에는 1,850건으로 6년 중 가장 많은 신고가 있었는데, 이는 사회적, 기술적, 제도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자신이나 가족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다.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큰 고양이과 동물이 사냥할 때 송아지나 부상당한 동물을 노리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약한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약탈적 성범죄자들도 본능적으로 비슷한 판단을 한다. 그래서 제 딸이 몸에 딱 붙는 긴 치마와 하이힐을 신고 있다면, 필자는 불안할 것이다. 가해자는 그녀를 발로 차거나 달아날 수 없고, 쉽게 균형을 잃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볼 것이다. 반면 운동화와 짧은 치마를 입은 다른 소녀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고, 달릴 수 있으며, 발로 차는 것도 가능함으로, 가해자에게는 공격하기 어려운 장애물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들이 안전하거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그들도 물론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가해자의 시각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친구를 기다리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걸음걸이만으로 그 사람이 친구임을 알아챈 적이 있는지? 가해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자 무리가 초원을 스캔하며 절뚝거리는 동물을 발견하는 것처럼, 걸음걸이는 숨길 수 없는 신호이다.​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추가 피해의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이는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걸음걸이, 자세, 일반적인 태도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지만, 가해자들은 종종 이를 감지한다.​

그래서 피해 경험이 있든 없든, 가장 좋은 방어 중 하나는 자신감 있게 걷는 것이다. 큰 보폭으로 팔을 흔들며, 마치 자녀를 괴롭힌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항의하러 가는 듯한 당당한 태도로 걷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이를 보고 많은 경우 공격을 포기한다. 너무 번거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의 범죄학 연구와 수감 중인 폭력범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공격자들은 강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을 피하고, 약해 보이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딸이 외출한 후에도 나는 가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본다. 그녀는 단순히 멋을 부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찾으려 했던 것이고, 나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이 항상 친절한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도 그 세상의 일부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조심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그들이 상황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인식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정신적·신체적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옷은 종종 십대의 개성을 표현하지만, 진정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자신감 있는 걸음과 흔들림 없는 태도이다. 이 세상은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걸으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들이 함께 나눠야 할 핵심 의무이다.

앤서니 헤가티

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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