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간 수십 년의 소모적 정쟁을 종식시키는 대단원이 되어야 한다. '87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헌법과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국가 주역(세대)이 주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때 '시대교체'란 말이 거론되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세대교체'를 뛰어넘는,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뜻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용어의 소모가 너무 심해 요즘은 저잣거리 허튼소리가 되어 버렸지만, 나라님의 하늘인 저잣거리 민심이 반영된 절절한 용어다.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그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근본적인 개혁'이 꼭 필요한 시점이란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는 이를 이끌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 무기력하게 관망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싸우면서 닮는다"고 소위 '민주화 세대'는 요즘 어떤 정치집단보다도 '독재적 마인드'로 충만해 있다. 민주화의 요체인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법치'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입법부를 장악한 정치세력이 정점의 일인을 위해 법적 논란이 많은 입법을 연이어 밀어붙이고, 많은 비판에도 염치없이 나 몰라라 마이웨이만 간다고 지탄 받는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도하며 대부분의 국민은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대신해 이를 견제할 정치세력은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왔다. 문제는 현시점에 마땅한 대안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대안세력을 후견할 '신실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하며 사법리스크 등 온갖 구설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건강하고 새로운 주체세력을 육성할 수 없다. 여유도 없고 의지도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두에 필자는 이번 대선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마지막 혈전이라고 썼다. 사실은 그 세력은 벌써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건강한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잔영만 남아있다. 무리한 탄핵이었지만 이렇다 할 국민적 저항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근대화 세력의 잔영을 지우고자 했던 것 같다. 국가 발전을 우선하고 사익과 거리를 두었던 과거 산업화 세력은 그 가치관을 잃고 형해화(形骸化)된 지 오래다.
반대편 '민주화 세력'도 마찬가지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민주화 세력에서 민주를 더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비등한다. 선배들의 '핏값'으로 만든 찬란한 민주화의 금자탑은 빛이 바랬다. 산업화 세력에서 이승만, 박정희의 유산이 사라졌듯 민주화 세력에서 DJ, 노무현의 전통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전혀 걸맞지 않은 변종 세력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가 종언을 구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시대와 역사가 일흔이 넘은 김문수 후보를 불러냈다. '민주화 세대의 적자'로 출발했고, '근대화 세대를 아우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고 주체가 되지 못했던 '주변부 정치인'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돌쇠형 정치인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각기 다른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상징적 정치인이 다시 새로운 시대정신을 육성할 역사적 소명을 받은 것이다. '87체제'를 만든 주역이기에 그 시대를 마무리할 미션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 소명 때문에 온갖 난관에도 후보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만약 김 후보가 집권하면 야당을 설득해 개헌을 이루고, '87체제'라는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 구체제)'을 타파해야 한다. '뉴 노멀(New Normal)'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김 후보는 '사이비 근대화 세대나 사이비 민주화 세대'의 미망을 걷어내, 새 시대의 진정한 주역으로 전혀 새로운 미래세대 정치인의 후견인을 자처해야 한다. 그래야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틀을 만드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유권자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주인의식을 되찾아야 한다. 방심하다가는 '잃어버린 수십 년', 아니 '돌이킬 수 없이 추락한 대한민국'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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