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젠슨 황 독무대 '컴퓨텍스' 대만 AI연합 형성…한국기업의 입지는?

엔비디아, AI 생태계 확장…TSMC 필두 대만 입지 강화
SK하이닉스·네이버 존재감 과시, 삼성전자 언급은 없어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가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컴퓨텍스는 1981년부터 매년 열리던 행사로 미국의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전시회의 위상도 달라졌다.

AI 기술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컴퓨텍스가 주목 받으면서 파급력도 높아졌다. 대만 출신인 황 CEO는 대만과의 협력을 강조했고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도 영향력을 과시했다.

◆ 엔비디아 AI 생태계 확대

황 CEO는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칩 회사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엔비디아는 더는 그냥 기술 회사가 아닌 필수 인프라 회사"라고 강조했다.

황 CEO가 엔비디아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AI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인프라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이제 AI 인프라 기업"이라며 "모든 국가, 지역, 산업, 회사에 AI가 필요해 AI는 인프라의 일부가 됐다"며 AI가 전기와 인터넷에 이어 글로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I를 산업계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AI가 단지 추론하는 도구가 아닌, 기업의 구성원처럼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 중"이라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학습 데이터에 이르는 생태계"라고 했다.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이 열리는 타이베이 뮤직센터 현장. 연합뉴스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이 열리는 타이베이 뮤직센터 현장. 연합뉴스

이어 "제조, 물류 등 현실 산업에서 디지털 트윈과 결합한 형태로 AI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로봇 학습, 시뮬레이션 기반의 AI 훈련, 산업 자동화 등으로 연결돼 전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은 대만 정부·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대만을 시작으로 한 국가 단위 슈퍼컴퓨터 구축을 시작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시회 기간 중 황 CEO는 협력업체들의 전시 부스를 돌며 '원팀' 사인을 남겼고, 영 리우 폭스콘 CEO와 함께 "대만을 끌어 올리자!"(Bring up Taiwan!)고 외치는 모습도 포착되는 등 대만 파트너사들과의 결속을 과시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 경영진들이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에서 면담을 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연합뉴스
네이버와 엔비디아 경영진들이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에서 면담을 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연합뉴스

◆ 한국기업의 입지는

한국 기업도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생태계의 주축이 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대만을 방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구원투수'로 이사회에 복귀한 이 의장이 첫걸음으로 젠슨 황과 마주 앉은 만큼 향후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AI 동맹'이 구체화하는 계기가 마련될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중동 등으로 확장하는 아시아 AI 프론티어 리더십을 네이버가 확보하기 위해 여러 현지 기업을 만나 다양한 방식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일 오후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일 오후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조성된 SK하이닉스[000660]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기념사진 촬영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 연합뉴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 선두주자 SK하이닉스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젠슨 황은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를 잘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HBM4의 샘플을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둔 상태다.

황 CEO는 부스에 전시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 샘플도 살펴본 뒤 "정말 아름답다!"(So Beautiful!)고 말하면서, 전시 제품 3곳에 "SK하이닉스를 사랑해"(JHH LOVES SK HYNIX!), "원팀"(One team!) " 등의 사인을 남겼다.

다만 황 CEO가 진행한 간담회·미팅,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전자의 HBM 공급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파이낸셜 미팅에 참석한 투자 관계자는 "이번에 삼성 HBM 퀄리피케이션(검증) 관련 질문이나 언급이 없었던 것은 2∼3달 전 샘플 테스트를 시작해서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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