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쪽샘유적서 최초로 확인된 돌방무덤

5차례 걸쳐 독특한 형태로 시신 안치…신라 지배층 무덤 축조 방식 보여줘
30일 오후 발굴조사 성과 공개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과 주변 무덤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과 주변 무덤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신라 지배 계층의 다양한 무덤 축조 방식과 장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 경북 경주 황남동 쪽샘지구 돌방무덤에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와 함께 진행한 경주 쪽샘지구의 신라 돌방무덤(K91호 무덤)을 조사한 결과, 5차례 걸쳐 시신을 안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9일 밝혔다.

돌방무덤은 판돌이나 깬돌을 이용해 방을 만들고 출입 시설을 갖춘 무덤을 의미한다. 쪽샘지구에 1천300여기의 무덤이 있는데, 돌방무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조사 결과, 깬돌을 사용해 네 벽을 쌓아 만든 무덤방은 길이 2.9m, 폭 2.3m 크기로, 방 안에서는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한 공간이 5곳 확인됐다. 방의 가장 안쪽인 북쪽 벽에 붙여 폭 76cm, 높이 15cm의 시신받침(시신과 부장품을 놓기 위해 만든 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금귀걸이 한 쌍을 착용한 시신을 안치한 것이 최초 매장이었다.

이후 2·3차 매장은 1차 시신받침의 남쪽에 붙여 1차보다 높은 31cm 높이에 폭 78cm, 폭 79cm의 시신받침을 각각 만들어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했다.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 무덤방 모습(2023년 조사, 위쪽이 북동쪽).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 무덤방 모습(2023년 조사, 위쪽이 북동쪽).

4차 매장은 3차 시신받침 남쪽에 붙여, 폭 70cm, 높이 31cm의 시신받침을 만든 후 공간이 좁아 널길까지 확장해 이루어졌다.

2~4차 매장에서는 금동제 허리띠 장식, 철제 손칼, 미늘쇠, 쇠도끼, 병(甁) 등이 부장품으로 출토되었는데, 여러 차례 이뤄진 매장으로 인해 흐트러진 채 출토됐다.

5차 매장은 이전 매장과 달리 남북 방향으로 긴 부장 공간을 만들었는데, 동쪽 벽에 붙여 폭 50cm, 높이 20cm로 만들었다. 남쪽으로 굽다리접시 등 토기류를 부장하였고, 좁은 공간 때문에 시신 안치는 기존 2~4차 시신받침을 재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 널길 모습(2024년 조사, 위쪽이 북쪽)
쪽샘지구 K91호 돌방무덤 널길 모습(2024년 조사, 위쪽이 북쪽)

또한 무덤길(널길)은 무덤방 입구에서 시신이 안치된 방까지 연결된 통로로, 그 바닥에 자갈을 깔았고 일부 구조는 인접한 돌무지덧널무덤(K254호, K255호)의 구조물을 재활용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은 해당 무덤의 피장자가 주변 무덤 주인과 가족 또는 친밀한 관계였음을 시사한다.

돌방무덤을 감싼 봉분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주변의 이중 석렬을 통해 무덤이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되는 '양파형 성토법'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주 용강동, 황성동 고분군은 물론 일본 효고현 미다니 고분군 등에서도 확인된 고분 축조 방식과 일치한다.

출토 유물들로 미루어 돌방무덤은 6세기 중·후엽 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돌방무덤은 쪽샘지구 1천300여 기의 무덤 중 최초이며, 대릉원 일원 전체에서도 7기에 불과하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6세기 이후 신라 지배층의 무덤 형태가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돌방무덤으로 변화하는 모습, 나아가 당시 사회 집단 또는 계층별 무덤군의 장소 선정이나 장례 방식 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쪽샘지구 J230호 덧널무덤 조사 모습.
쪽샘지구 J230호 덧널무덤 조사 모습.

함께 조사된 덧널무덤(J230호 무덤)은 구덩이를 파고 길이 3.4m, 폭 0.8m의 나무 곽을 짜서 넣은 뒤 구덩이와 나무 곽 사이 돌을 채운 형태로, 내부에는 시신과 함께 철제 창, 큰항아리, 컵모양 토기 등을 부장했다.

유물로 보아 쪽샘지구에서는 드문 4세기 후반 경에 만들어진 무덤으로 추정된다. 이 무덤의 반경 20m 내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덧널무덤이 무리 지어 있는 데 반해, 동쪽에서는 5세기에 만들어진 지름 10m 이상의 돌무지덧널무덤이 무리 지어 있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쪽샘지구 무덤군이 시기별, 계층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밝힐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동국대 WISE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는 이번 조사 성과와 출토 유물은 30일 오후 발굴조사 현장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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