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심포니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이자 현재 스페인 세비야 왕립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성시연이 올여름 대구를 찾았다. 그가 선택한 무대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아닌 17~29세 청년 음악가들이 모인 '2026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였다.
지난 4일 찾은 대구콘서트하우스 리허설장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했다. 연주가 멈출 때마다 단원들은 성 지휘자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악보에 시선을 고정했고, 그는 음 하나, 호흡 하나를 차분히 짚으며 단원들과 함께 음악을 완성해갔다.
공연장에 만난 성 지휘자는 "유스 오케스트라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처음부터 하나씩 함께 쌓아가는 과정이 큰 매력이다. 물론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있다"고 웃었다.
성 지휘자가 바쁜 일정을 쪼개 대구를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들었던 스승의 한마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연륜 있는 지휘자가 경험이 적은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야 하고, 젊은 지휘자는 경험이 풍부한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커리어를 쌓으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 지휘자는 "단원들도 강도 높은 일정에도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배우려는 열정이 음악에 그대로 묻어난다"며 "이렇게 집중적으로 코칭과 리허설, 강연을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다. 완벽한 결과보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모두에게 값진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성 지휘자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국내 청년 음악가들에게 부족한 '오케스트라 경험'을 채워주는 무대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주마다 유스 오케스트라가 활성화돼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레퍼토리와 앙상블을 경험한다"며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연주자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오케스트라에서 음악 인생을 이어간다. 솔라시안처럼 실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후배 양성'보다 '동기 부여'라고 표현하며 "무엇이든 시작에는 건강한 동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후배를 키운다기보다 인생에서 좋은 동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 지휘자는 지역에서 이어지는 청년 음악가 육성 프로그램의 가치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평생 음악 활동의 밑그림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8년 동안 이어온 이 프로그램이 더 널리 알려져 대구를 중심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6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오는 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공연한다. 라벨의 '라 발스'를 시작으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브람스 '교향곡 3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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