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정부, 고등교육 정책 대전환 시급… 학령인구 감소·지방대 위기 극복해야

학령인구 절벽·수도권 편중… 고등교육 생태계 붕괴 현실화
'정부 책임' 강화, 등록금 공공성 확보, 지역균형 투자 필요
대학 구조개혁·재정책임·등록금 개편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집중, 디지털 대전환, 재정 위기 등 복합 위기 속에서 대학이 존립의 갈림길에 섰다. 특히 지방대는 정원 미달과 재정 악화, 지역 소멸 위기까지 겹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고등교육을 미래 인재 양성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더욱 강력하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 붕괴 위기, 고등교육의 현주소

4일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5년 46만명에서 2045년 23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신입생 감소에 그치지 않고 대학 재정 전반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등록금 수입에 의존해온 사립대학은 임금 동결과 신규 채용 중단, 교육 투자 축소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격차도 극심하다. 2023년 기준 수도권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천939만원으로 지방대(1천589만원)보다 350만원 많았고, 수도권 대학의 산학협력 수익은 1조3조326억원으로 지방대(9천435억원)보다 3천891억원이 더 많았다. 신입생 충원율과 경쟁률 등 모든 지표에서 지방대는 수도권에 크게 뒤지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의 부상은 대학의 근본적 존재 이유마저 흔들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양성렬 단장은 교수신문 기고문에서 "AI는 대학의 지식 활동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단순 지식 전달에 머물러 온 한국 대학은 존재 이유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책임 강화와 지방대 상생이 핵심"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차기 정부가 '정부 책임 강화'를 핵심 원칙으로 고등교육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교연은 "현재의 민간 중심 고등교육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가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 대학을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지방대의 상생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대교연은 "324곳 대학 중 64.5%인 209곳이 지방에 위치하지만, 대부분의 재정지원은 수도권에 집중된다"며 "지방대학의 몰락은 곧 지역의 소멸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가 중심이 되어 중장기 지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성이다. 대교연은 "사립대학의 폐쇄적 운영과 회계 비리 등은 국민의 세금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법과 제도를 통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등록금·지방대 특성화 전면 재설계

재정 확충과 등록금 개편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3천573달러로 OECD 평균(2만499달러)의 66.2%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교연은 정부가 내국세의 8~10%를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공립대 무상교육과 사립대 반값등록금이 제시됐다.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시행 시 연간 8천65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대교연은 추산했다. 이는 이미 국가장학금으로 투입되는 예산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지방대학에 대한 구조적 육성 전략도 강조됐다. 그간 정부의 정원감축은 80.8%가 지방대에 집중됐으며, 이로 인해 수도권 중심 고등교육체제가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방대는 대학 진학과 취업, 정주를 잇는 핵심축인 만큼, 산업과 연계한 지역정착형 대학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한 장기 전략 필요"

고등교육계는 차기 정부가 단기성과 중심의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단장은 "대학 위기의 본질은 타성적 지식 활동과 정부의 구태의연한 사업주의 지원 방식에 있다"며 "기본에 충실한 치유형 개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학교육연구소는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및 안정적 법정재원 확보 ▷국공립대 무상교육 밍 사립대 반값 등록금 도입 ▷지방대학 특성화 전략 수립 및 중장기 재정지원 강화 ▷대학 거버넌스 개혁을 통한 공공성·민주성 확대 등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양오봉 회장도 "2030세대를 위한 청년 정책과 고등교육 자율성 확보, AI 기반 대학 혁신 역량 확보가 시급하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을 촉구했다.

대구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고등교육의 붕괴는 곧 사회 전체의 후퇴를 의미한다. 사업 중심의 단기 대책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정책 전환과 기본에 충실한 구조개혁"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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