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은망덕""탄핵" 트럼프·머스크 동맹, 집권 6개월 만에 '파탄'

감세 법안 두고 설전…극단적인 비방전
테슬라 시총 하루 만에 200조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정부 최고 실세로 떠올랐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 권력자와 1위 갑부의 '정치적 동맹'이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사실상 파국을 맞게 된 것이다.

무인 자율주행차 로보택시 운영을 앞둔 테슬라 주가는 추락했고,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픈AI를 추격하던 xAI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머스크를 따라 워싱턴에 발을 들였던 빅테크 억만장자들도 난처한 상황이다.

◆ "배은망덕" 서로를 향한 분노 표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석상 발언과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 역시 자신 소유인 엑스(X·옛 트위터)를 무기로 하루 종일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그는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등 국정 어젠다를 반영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일론을 많이 도와줬다"며 "그는 나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말했고 개인적으로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나쁘게 말하는 것)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백악관에 테슬라 사이버트럭 세워두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백악관에 테슬라 사이버트럭 세워두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머스크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즉각 반발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는 와중에 "승리를 위한 얇고 아름다운 법안"(Slim Beautiful Bill for the win)이라는 글을 처음 올린 뒤 자신의 감세 법안 비판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 반격 수위를 높였다.

머스크는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면서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또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도움 없이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발끈하며 해당 발언 영상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쏘아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빅테크 수장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빅테크 수장들. 연합뉴스

◆ "정부 예산 끊겠다" 갈등 최고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난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며 머스크의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 파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곧바로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머스크는 비상장 기업 중 세계 최고 가치로 평가되는 스페이스X의 CEO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보낼 수 있도록 당국 인증을 받은 유일한 미국 우주선이다.

머스크는 또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엑스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예스"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로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심지어 별도 엑스 글에서 "큰 폭탄을 투하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게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며 폭로성 주장까지 펼쳤다. 미국 금융가 출신으로 미성년자 성 착취 등으로 2019년 수감 생활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의 시험발사를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의 시험발사를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 소강 상태…갈등 불씨는 여전

폭락했던 테슬라 주가가 6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반등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식은 전날보다 3.67% 오른 295.1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 14.2% 급락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상승폭이 줄어들며 300달러선 탈환에 실패했다. 장중에는 7% 이상 반등하며 305.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도 전날 1조 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뒤 9천506억원에 마감했다.

전날 테슬라 주가는 332.05달러에서 284.70달러로 크게 내려앉았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이 폭발한 데 따른 것이다. 시가총액도 1조 달러를 하회하며 하루 새 1천520억 달러(약 206조원)라는 거액이 증발했다.

이날 반등은 전날 급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극에 달했던 둘의 갈등이 이날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가 갈등 완화를 시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확전을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는 정부 계약을 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해 내놓았던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엑스에서 한 지지자가 "오가는 말이 유감이다. 둘 다 이것보다 나은 사람들이니 진정하고 며칠 물러서서 생각해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자 "좋은 조언이다. 드래건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전화 통화에서 머스크와의 공개적인 결별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괜찮다"고 짧게 답했다. 머스크를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자랑하며 "아주 잘 되고 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참모들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머스크에 대한 공개 비난은 자제할 것을 설득했으며, 6일 머스크와의 통화를 통해 화해를 중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6일 직접 통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백악관 관계자는 두 사람 간의 통화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