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수리·복원된 후, 대구간송미술관의 첫 기획전 '화조미감'에서 최초 공개됐다.
'화훼영모화첩'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만년에 그린 8폭의 작품이다. 꽃과 풀벌레, 동물과 곤충 등을 매우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고,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구도가 정선의 화훼영모화 중에서도 단연 압권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수리·복원 과정에서 밝혀진 작품의 안료, 작품의 순서와 구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작품에 관한 관심을 더욱 높인다. '화훼영모화첩'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1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Art Conservation Project)'에 선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는 2010년을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의 '사모트라케의 니케(The Winged Victory of Samothrace)',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농부가 일하는 들녘(Enclosed Field with Ploughman)'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작품들의 수리·복원을 후원해 왔으며, 국내 작품이 선정된 것은 정선의 '화훼영모화첩'이 최초다.
프로젝트 선정 이후 간송미술관 유물관리팀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상현 교수는 '화훼영모화첩'에 대한 면밀한 상태 조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작품 상태에 맞는 가장 최적의 처리 계획을 수립, 간송미술관 보존처리실에서 약 2년간 안료에 대한 분석, 충해 진행 양상에 대한 분석, 결손 부분에 대한 보완 등 수리·복원을 진행했다.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작품에 나타난 충해 진행 양상을 분석해 작품의 원래 순서 및 장황 원형을 밝혀낸 것이다. 수리 과정에서 장황 없이 각각 낱장으로 보관되던 그림이 사실은 좌우 화면이 대칭을 이루며 서로 호응하도록 배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각 작품은 호랑나비와 매미, 두꺼비와 개구리, 고양이와 쥐, 암탉과 수탉 등 서로 관계성을 지닌 소재들이 짝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 속 사물들의 크기와 무게감, 위치 등의 대칭적인 구도를 통해 '화훼영모화첩'이 가진 조형적 세련미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작품에 사용한 안료와 기법에 대한 과학적 분석 자료들은 겸재 정선의 작품과 화풍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화훼영모화첩'은 가로 19cm, 세로 31cm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석록·석청·진사·금 등 고급 안료와 다양한 채색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화려함과 섬세함을 특징으로 하는 정선의 화풍과 만년기의 탁월한 기량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료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화훼영모화첩'의 수리·복원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상현 교수가 오는 13일(금) '간송예술강좌: 세미나&토크'를 통해 마련된 '정선 필'화훼영모화첩'의 수리·복원과 채색기법' 강연을 진행한다.
또 수리·복원 과정을 소개한 영상은 전시실 내 QR코드를 통해, 작품에 사용된 안료에 대한 분석은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화훼영모화첩'을 비롯한 16~19세기를 대표하는 조선시대 화조화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화조미감' 전시는 8월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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