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이란 게 있다. 새 대통령 취임(就任) 후 의회와 언론이 질타나 비판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일정 기간을 뜻한다. 신혼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며 부족함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임기 초반 적응하고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도와 빈도를 조절하는 배려 차원이다. 통상 취임 후 100일 정도를 허니문 기간으로 보지만 이보다 짧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혼 용어에서 차용(借用)됐지만 정치적으론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용한 '첫 100일'이란 말에 뿌리를 둔다. 대공황기였던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후 의회와 협력해 '의회 특별 회기 100일' 동안 많은 긴급 경제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때 나온 게 '뉴딜 정책'이다. 루스벨트는 라디오 연설에서 첫 100일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이는 새 리더십에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게 됐다. 이후 취임 후 100일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허니문 기간' 전통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허니문 기간이라는 의미가 많이 희석(稀釋)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 2기 모두 취임하자마자 언론과 싸우는 등 사실상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의식은 하지만 상당히 퇴색된 건 비슷하다.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유튜브, SNS 등 언론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의미가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에 전임(前任) 정권을 겨냥한 3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을 첫 번째 공포 법안으로 의결했다. 여당은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탄 법안 중 하나인 '대법관 증원법'도 취임 첫날 국회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정당 해산까지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거세게 압박하기도 한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인내하며 허니문 기간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예정했던 의원총회도 개최 직전 취소했고, 이 대통령 재판 연기에 대한 반발도 대통령·여당이 아닌 법원으로 몰려가서 했다. 허니문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실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아직 허니문 기간이 살아 있는 것 같다.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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