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처리 기한을 코앞에 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고작 반 년 전 출범한 한 공공기관의 '핀셋' 해체계획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지난 정부 인사가 초대 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측이 새로 생긴 공공기관장 예산 전액 삭감과 함께 해체 의견을 그대로 강행했다고 나타났다. 이진숙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탄핵에 실패하자 방통위 조직 자체를 없앤 이른바 '방통위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난 것이다.
30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9일 "2025년 신설된 국립문화공간재단을 해체하고 재단 사업을 유사 공공기관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음" "대표 인건비 삭감"이란 의견이 달린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을 통과 시켰다. 지난 5월 출범한 국립문화공간재단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목적으로 설립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반 년 전 출범한 공공기관의 내년도 예산 30억원 가운데 대표 인건비를 콕 집어 전액 삭감하고 해체 계획을 담은 사실상의 '조직해체안'이었지만 이 문체부 예산안은 손쉽게 문체위를 통과했다. 이튿날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도 문체부 예산안은 막히지 않았다. 문체위를 포함한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산안엔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안이 모두 포함돼 있어 상임위원이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운 점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문체위 관계자는 "민주당엔 국립문화공간재단 초대 대표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임명 당시 언론 플레이로 공격했지만 낙마하지 않아 계속 노리고 있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직권남용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에 조직해체 방안을 문체부 예산안에 슬쩍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초대 대표로 우상일 전 문체부 예술국장이 임명되자 "블랙리스트 관여자는 부적절하다"며 거센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블랙리스트 관여자를 중용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비토를 멈췄다. 문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펴낸 백서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실무를 담당했던 오영우 전 선임행정관은 문 정부 시절 무려 두 차례나 문체부 차관을 지냈다. 자신들의 과오도 드러나 비토는 멈췄지만 우 대표 찍어내기를 다시 시작한 셈이다.
국립문화공간재단엔 우 대표 외에도 직원이 14명이나 있다. 이들은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면 갈 곳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게 된 한 예결위원은 "예결위 전체회의 때 뒤늦게 이 문제를 접하고 논의하고자 했으나 문체위에서 이미 정한 걸 예결위에서 뒤집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와 통과 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맘에 안 드는 수장이 임명됐다는 이유로 방통위에 이어 이런 식으로 조직 자체를 없애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이다. 여야는 2일로 예정된 법정 처리 기한을 이틀 앞둔 30일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여야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단독 처리를 예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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