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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산책] 배변 습관의 변화, 이것만 알면 대장암 예방율 90% 이상

김찬호 세강병원 원장
김찬호 세강병원 원장

최근 한국에서 청년층의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40대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12.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4.2%에 달한다. 이 같은 증가세는 서구화된 식습관,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 증가, 운동 부족, 비만, 음주, 흡연 등 복합적인 생활 습관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대장암은 초기 단계에서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이다. 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 배변 습관의 변화, 혈변, 점액변, 복통,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만성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배변 습관의 변화는 대장암의 초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대장 점막에 생긴 작은 용종에서 시작된다. 이 중 선종성 용종(adenomatous polyp)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암학회(ACS)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40세 이전부터, 일반인은 45세부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사전에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90% 이상 낮출 수 있다. 특히 조기에 발견된 대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반면, 병이 진행된 이후 발견될 경우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생활습관 개선 역시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채소, 과일, 통곡물, 해조류)을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발암물질의 배출을 도와주며,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강화해 암세포 형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통해 음식물이 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물이 장 내에 오래 머물수록 발암물질에 장 점막이 장시간 노출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심코 넘기기 쉬운 배변 습관 역시 대장암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와 정기적인 검진이 건강을 지키는 시작점이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고, 예방 또한 충분히 가능한 질환이다. 지금의 실천이 미래의 건강을 결정짓는 만큼, 자신을 위한 관심과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찬호 일민의료재단 대구 세강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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