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관절클리닉]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장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장

날씨가 좋았던 몇 주전 주말, 지친 심신을 달래보고자 예전에 한번씩 갔던 카페를 찾았다. 자주 갔었던 곳이라 아무 생각 않고 운전해 가던 중 길을 그만 잃어버려 급하게 교통안내지도 앱을 켜서 힘들게 카페를 찾아 겨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길을 찾지 못해서 옆자리에 있던 아내에게서 들었던 잔소리는 덤이었다.

교통안내지도 앱이나 네비게이션이 소개되기 훨씬 전에는 초행길이면 지도를 펴서 적절한 경로를 혼자 찾아보고 어느 분기점에서 빠져 나가야 되는지 몇 번이고 머리속에 그려보고 출발하였었다. 그리하였어도 지금에 못지 않게 원하는 장소에 잘 다다랐었던 같다.

하지만 최신 기술의 노예가 되었는지 요즘은 기계의 도움 없이 길 찾기가 만만하지 않다. 오래 전 강원랜드 근처에 학회가 있었는데 정선 카지노 옆이라고만 알고 지도를 보고 정선으로 갔었는데 도착해서 아무리 찾아봐도 학회장소가 없었다. 알고 보니 정선 카지노라고 하는 곳이 실제 정선군 정선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시설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부랴부랴 한밤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 물어서 학회장에 도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90년대말 2000년초경부터 관절치환술에도 내비게이션 기술이 도입되어 수술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이를 통한 수술 후 해부학적 연구도 진행됐으며 인공관절의 삽입 각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조정하여 수술 후 결과를 개선하기도 하여 많은 병원에서 이를 이용하여 인공관절치환술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관상면(정면)에서 보는 X-선 사진등에서는 기존 수술에 비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방법도 수술 비용의 상승, 수술시간의 연장이라는 단점이 있고 시스템이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났는데 의료진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상을 감지하더라도 고식적(일반적) 수술에 능숙하지 못하면 수술 결과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 또한, 기존의 수술방법과 비교하며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우수하다는 결과보단 비슷하다는 결과가 더 많은 것 같다. 또, 환자의 특성상 이런 장비들이 적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적절한 상황에서만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

최근들어 이를 개선시키고 인공관절 치환술시 뼈를 절삭하는 단계에서도 의학적 로봇의 힘을 빌리는 기술까지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이 또한 어느 정도 숙련된 상태에서 사용하면 많은 장점이 있으나 기술적 접근만 고집하는 경우 여러가지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길을 찾는 것과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최적의 경로이지만 골목골목의 작은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기술 발달이 동반되지 않으면 절벽에서 직진하라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발생할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길을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빠르고 편하며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추억에 젖어 트렁크에 예전에 보던 지도를 아직도 싣고 다닌다. 혹시나 모를 여행을 위하여….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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