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인연이 또 다시 생명 살려" 구병원, 온두라스 탈장 환자 치료

한국에서 서혜부 탈장 치료를 받은 나훔 이삭 씨와 구병원 의료진들. 왼쪽 두 번째가 구자일 구병원장, 세 번째가 나훔 이삭 씨, 네 번째가 나훔 이삭 씨의 부인. 구병원 제공.

15년 전 온두라스와 한국이 함께 살린 탈장 환자가 이번에도 한국 의료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온두라스에서 삼륜오토바이 택시 운전사인 나훔 이삭(Nahon Issac·46) 씨. 그는 왼쪽 서혜부 탈장으로 10년 넘게 고생하던 차에 지난 2010년 온두라스의 한국 기독교 선교 인력과 인연을 맺으면서 구병원을 소개받았고, 당시 수술과 치료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건강을 되찾았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올해 나훔 이삭 씨의 탈장이 오른쪽에 다시 발생해 구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온두라스의 의료 환경은 나아진 게 없었고 구병원의 수술과 진료가 그에게는 너무나도 기적과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더라도 구병원의 치료를 받겠다고 한 것.

이번에도 온두라스의 한인 교포와 기독교 선교단체가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줬다. 이번에도 한국 방문길은 쉽지 않았다. 미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오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지만 미국이 온두라스 국민에게 경유 비자를 내주지 않으면서 결국 유럽 방향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32시간의 비행을 견뎌야 했다.

지난 15일 한국에 도착한 나훔 이삭 씨는 17일 탈장 부위에 인공장막을 대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회복 단계에 있다. 수술을 집도한 구자일 구병원장은 "한국에서 탈장 치료는 1시간 이내에 수술이 가능하고 2~3일 후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쉽게 치료하는 병이지만 온두라스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만큼 한국의 의료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임을 알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구 병원장은 나훔 이삭 씨의 수술 비용을 받지 않았다. 열악한 온두라스의 의료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에 더해 다시 자신의 병원을 믿고 찾아와 준 데 대한 고마움이 컸기 때문이다. 나훔 이삭 씨는 치료를 받은 뒤 한 달 뒤인 다음달 15일 온두라스로 귀국할 예정이다.

나훔 이삭 씨는 "이번에도 구병원의 도움으로 저를 또 다시 괴롭힌 탈장을 치료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병원은 앞으로도 봉사단체 등과 연결해 의료 환경이 취약한 국가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구 병원장은 "한국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치료임에도 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구병원의 손길이 도움이 돼서 생명을 구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의료기술까지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