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자는 돈 쌓고 서민은 더 가난해지고 소비 못 하는 한국 경제

가계 여유 자금인 '순자금 운용'이 올해 1분기 92조9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조3천억원이, 전 분기보다는 무려 30조3천억원이 증가했다. 국내외 불확실성(不確實性)이 증가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결과다. 고금리 고물가에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맸고, 반면 부자들은 현금을 쌓아 놓고 기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規制)를 발표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만 가격이 폭락한 핵심 지역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어 더 큰 이익(利益)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또 전세 대출과 신혼부부·청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대출 규모까지 축소함으로써 전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월세(月貰)로 떠밀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 대출 같은 정책 대출은 전세 임차 가구의 주거비(住居費)를 낮춰 주는 효과가 있지만, 정책 변화로 이 같은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전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오른 전세 시세만큼 다달이 월세를 낼 수밖에 없어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그만큼 생활비에 쓸 돈은 적어지게 된다.

고용보험 대상과 주휴수당 지급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 역시 알바 고용 자체를 기피하도록 함으로써 서민·청년의 일자리를 더욱 없애 버리는 부작용(副作用)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월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탓이다. 막대한 재정과 빚을 낸 소비 쿠폰으로 소비를 진작시킨다면서 국민의 소비력을 저하시키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 경제의 내일이 암담(暗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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