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무색하게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의 주적 선언과 전쟁 불사의 호전적 태도로 인해 결국 북한도 통일을 포기한 듯 남조선이라는 말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가 통일을 위해 애쓸 필요가 있을까? 그저 평화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선린 우호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이 아니겠는가? 이런 기조가 흐르면서 통일부에서 통일을 빼고 보다 관계 개선과 상호 협력에 목적을 둔 새 부처 명칭으로 변경하자는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분단 80년, 정전 72주년을 맞아 DMZ 근처 '새한반도센터'에서 <냉전의 얼음 깨기 3인3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 강사 김동기 변호사는 "트럼프 2.0시대 한반도에 봄은 올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대북 대중 전략의 변화를 전향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평화체제와 북미수교만 이룰 수 있다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오히려 반겨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번 가을 APE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트럼프가 평양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는 파격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서 강연에 나선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2025 체제로 새로운 대한민국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과 K-문화, 민주주의의 탄력성으로 3050클럽(소득 3만불/인구 5천만 이상)에 들어갔지만, 반대 급부로 OECD에서 가장 극심한 자살률과 저출산율 및 산업재해 발생율 같은 부정적 지표가 늘어난 원인을 약탈적 자본주의 속에서 윤석열과 같은 파시스트를 키워낸 살인적 경쟁교육제도의 현실에서 찾았다. 그리고 2025체제는 한반도에 탈냉전을 가져오는 새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 전망했다.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필자는 '청포도의 꿈, 코리아 연합과 남북경제협력의 신세계'라는 제목으로, 눈부신 K-민주주의의 기저에는 동학혁명과 만민공동회,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거쳐 치열한 독립항쟁과 해방 후 독재와 맞서 싸운 4·19/ 5·18 정신, 촛불 및 응원봉 세대로 이어진 뿌리 깊은 민주화 운동의 근현대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제 2025 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남과 북이 만나 통일선언문을 공표한 후, 돌이킬 수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미중러일 4개국과 함께하는 정치·경제적인 얽힘 구조의 구체적인 다자간 메가 프로젝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가장 쟁점으로 맞붙은 것은 통일이 먼저냐 평화가 먼저냐 라는 논쟁 속에 현재 진행되는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거론되었다. 실제로 보수정부가 집권하면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을 가로막고, 오히려 분단체제를 공고히 하는 안보 강화 중심의 부처로 전락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통일운동가들 사이에서는 통일부가 있어서 통일이 안된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립이 암울하게 느껴지고 불가능해 보이던 시절에도 그 독립의 꿈을 놓치지 않고 독립항쟁을 했던 선조들이 있어서 우리가 마침내 독립을 맞이한 것이다. 1919년 전 세계를 향해 3·1 독립선언서를 공표할 당시, 누구도 독립이 당장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꿈이 점점 멀어져 가자 차라리 독립이라는 말을 빼고 먼저 실력을 키우자라는 뜻으로 안창호 선생의 '실력양성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를 추종하던 많은 지식인들이 일본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학문과 사업을 펼치며 실력을 양성했으나, 도산의 취지와는 달리 그들의 상당수가 독립을 포기한 친일파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뉴라이트의 뿌리가 되었다.
통일은 헌법적 가치다. 통일부에서 통일이 빠진다면, 새로운 실력양성론이 되어 통일을 망각한 세대가 자리를 굳힐까 염려된다. 통일이 가져올 신세계의 비전을 8천만 동족이 공유하고 후대에게 가르쳐야 한다. 가는 길 험난해도 목숨을 걸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선조들의 기개가 필요하다.
통합임시정부의 역사를 반추하라. 때가 차면 남북한 지도자가 만나 미래를 내다보며 '자주평화통일선언문'을 공표하고, 통일을 향한 상생과 번영, 경제·문화 협력의 새 시대를 펼쳐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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