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의 압박이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거세지고 있다. 29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다음 달 6일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사가 예정돼 있다. 윤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되고 윤상현 의원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 주변 압수수색에선 문제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발견돼 진품 감정 중이다. 윤 전 대통령 최측근들도 진술을 뒤집는 등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비상계엄을 왜 했을까. 미스터리다. 성공할 것으로 믿었을까. 성공했다 한들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당시 상황이 아무리 최악이었다 해도 그저 잠들기 전 분한 마음에 머릿속으로 펼쳐 볼 수 있는 상상과 공상, 그중에서도 가장 허황(虛荒)된 망상 아니던가. 그런데 실제로 계엄을 선포했다. 그것도 여럿이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집단사고를 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북한 위협과 종북·반국가 세력 척결, 줄탄핵·예산 삭감 등 거대 야당(당시 더불어민주당) 폭주에 따른 국가 시스템 마비, 부정선거 의혹 등 거론된 계엄의 이유를 가져와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봐도 이해가 안 된다. 항간에 가장 유력하고 직접적인 이유라며 나돈 '김건희 여사 보호' '건진 법사·명태균 게이트 차단'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과 종북 세력,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면 정치적 무능과 지도자로서 능력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풀지 않고 계엄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자격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만약 특검, 각종 게이트로부터 김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면 대통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임기를 채우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백번 양보해 계엄이 성공했다면? 최악이다. 국격(國格) 실추에, 국가 신뢰도 추락에,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어떤 이유도 이해될 만한 게 없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위한 계엄'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윤 전 대통령은 며칠 전 비상계엄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SNS에 썼다. "역사가 심판할 몫"이라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역사의 심판을 받기 전에 신평 변호사가 표현한 '1.7평 독방, 생지옥'에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표현대로 '명령을 따랐던' 군·경·경호처 등 하급자 수십 명은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재판을 받는 것도 모자라 임금이 날아가고 연금 박탈 위기에까지 놓였다. 평생 쌓아온 사명감과 자부심, 명예, 그리고 일터를 잃고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다. 그 명령 때문에 보수 진영과 국민의힘은 쑥대밭이 됐고, 재기(再起)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고쳐 쓸 수도 없을 지경이다.
'허황돼 보이고, 현실 인식 못 하는 과대망상가, 주변 아부꾼들 거짓말에 쉽게 속는 어리석은 사람'. 국회 탄핵소추 법률대리인단 소속이었던 한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묘사한 표현이다. 윤 전 대통령의 상대 진영 변호사여서 악의나 폄훼(貶毁)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도 있고, 사실도 아니었으면 하지만 달리 '비상계엄을 왜 했는지' 의문을 해소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가수 영탁, FC바르셀로나 대구경기 시축+축하공연 확정…대구스타디움 뒤흔든다
PK 간 李대통령 "가덕도 걱정 마시라"…TK신공항 '침묵' 서운함 쏟아져
尹 접견한 신평 "1.7평 독방, 생지옥…정치보복에 美 개입해달라"
'휴가 반려' 이진숙 "대의에 목숨 걸어본 자만 돌 던져라"
李대통령, 8·15 광화문서 '국민 임명식' 진행…尹 부부 제외 전직 대통령들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