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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커피잔에 모기가 빠진 날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다 보면, 스치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싱그러운 풀 내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평화로운 시간에, 불행히도 용감한 모기 한 마리가 날아든다.

손을 휘저으며 쫓아도 보고, 파리채도 들어보지만, 성가신 존재는 끈질기다. 결국 모기약을 꺼내 드는 순간, 한 가지 고민이 따라온다. 이 약은 모기만 없애는 게 아니다. 주변의 이로운 곤충들, 심지어 공존해야 할 생명들까지 해칠 수 있다. 우리는 모기를 쫓아 편안함을 얻지만, 동시에 어떤 것을 희생시키는 셈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 모순은 우리가 '친환경'을 말할 때마다 마주치는 딜레마다.

과연 모기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일까? 아니면 인간의 쾌적함을 위해 자연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까? 답을 쉽게 내릴 수 없다. 이 질문은 곧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함과 쾌적함' 사이의 갈등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되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현실은 간단치 않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와 물을 원하지만, 산업과 교통의 발전 없이는 살 수 없다. 친환경을 외치면서도 플라스틱 포장된 유기농 제품을 고르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재생 가능한 자원을 쓰면서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만든다.

이처럼 친환경적 선택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친환경이 항상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편함과 쾌적함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 지구 환경과의 미래를 되짚어 보는 사회 인식의 문제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성찰의 습관이다. 편안함과 쾌적함 뒤에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내 삶이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우리는 일상 속 환경 갈등을 받아들이고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게으른 아침,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는 달콤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의 작은 사치는 결국,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우리가 치르고 받아들여야 할 것들, 그 사이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태도, 우리 각자가 지구 환경과 친밀한 관계를 위해 어떤 가치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토로하게 된다.

그단새 바닥을 드러낸 커피잔에 모기 한 마리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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