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세타결 대구경북 과일 농가는 '시름' 한우 농가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영국을 떠나기 전 전용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영국을 떠나기 전 전용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협상의 핵심 쟁점 품목이던 쌀·소고기를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우리 정부와 미국이 최종 합의하면서 지역 농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정부의 협상 결과 발표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농산물 수입 개방을 시사하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개방 요구가 강하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량 안보와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소고기를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쌀·한우 농가는 안심하면서도, 다른 농가들과의 상황 등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허일용 쌀전업농 경북연합회 회장은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일단 (쌀이 관세 대상에서) 빠져서 다행"이라면서도 "매번 관세 협상에서 우리 농·축산물이 포함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농업 분야가 매번 손해를 봐 온 만큼, 앞으로 농업인들이 안심할 수 있는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우 농가에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외 다른 국가와의 협상 등에서 부정적 선례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성대 한우협회 경북도지회장은 "나머지 농산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환영한다고 할 수 없지만, 한우 농가 입장에선 한숨을 돌린 게 사실"이라며 "30개월령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광우병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 여론으로 한우 가격의 동반하락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관세협상 초기 시장 개방 품목으로 지목됐던 사과 농가는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검역절차 개선'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사과의 수입길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우려스러운 건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을 전면 개방한다고 했다. 사과 품목이 농산물 전체로 묶어서 거론되고 있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농약대 상승과 함께 이상기후로 인해 농가가 매우 어렵다. 미국산 값싼 사과가 시장에 들어올 때 우리 사과가 버텨낼 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과 시장의 개방이 공식 발표 전까지는 유보적 입장이지만, 만약의 상황이 생길 땐 정부가 사과농가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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