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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사이'에서 발견한 새로운 균형…이혜지 개인전 '인-비트윈(in-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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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까지 봉산문화거리 갤러리제이원

이혜지, 고리, 2025, 소성된 점토, 가변크기
이혜지, 고리, 2025, 소성된 점토, 가변크기
이혜지, 벌레집3, 2025, 소성된 점토, 유약, 가변크기
이혜지, 벌레집3, 2025, 소성된 점토, 유약, 가변크기

언제든 쉽게 해체할 수 있을 듯한 고리들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점토 기둥. 이혜지 작가의 개인전 '인-비트윈(in-between)'은 전시 제목처럼 완전한 합일도 단절도 아닌 '사이의 세계'를 드러내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사이'에 대한 탐구는 작가의 삶 속 경험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EESAB에서 학사를, 서울대학교 조소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다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을 오가며 살아왔다. 이러한 경계적 경험은 한 곳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낯선 지대들을 떠도는 감각, 정착과 이탈이 동시에 작동하는 모호한 상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해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작품의 바탕이 됐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옮겨짐', '느슨한 연결', '접촉의 방식'을 주제로 장소성과 경계의 의미를 확장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걸려 있는 것들, 엮여 있으나 풀려 있는 것들, 안과 밖의 관계가 뒤얽히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형화한다.

이혜지, 2층 전시 전경, 2026, 249x60x125cm (높이x가로x세로)
이혜지, 2층 전시 전경, 2026, 249x60x125cm (높이x가로x세로)
이혜지, x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옥상어망작업, 가변설치, 2026
이혜지, x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옥상어망작업, 가변설치, 2026

대표적인 작품이 소성된 점토로 만든 고리와 기둥이다.

'고리'는 개별 조각들이 서로의 끝을 가볍게 걸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설치 작품이다. 각 고리는 소성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무게와 강도, 곡률을 드러내며 공간을 가로지른다. 이 연결은 단단히 고정된 결속이 아니라, 언제든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관계의 구조이며, 함께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감과 균형, 해체 가능성을 은유한다.

'벌레집3'은 점토의 물성과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 겹씩 쌓아 올린 기둥 작업으로, 동일한 행위의 반복 속에서도 매순간 어긋나는 형태들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든다. 떨어져 있으나 함께 서 있는 이 기둥들은 불균형해 보이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보여주며, 자연의 퇴적과 축적, 느슨한 균형 속에서 공존하는 개체들의 관계를 시각화한다.

그의 작품은 중구 봉산문화거리의 갤러리제이원에서 오는 2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제이원 관계자는 "작가는 모호함을 해소하기보다, 그 모호함 속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균형에 주목한다"며 "고리와 기둥, 다양한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결속과 어긋난 균형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며 살아가는 지를 넌지시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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