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 - 인사이드 아웃] 꽃으로 시작된 감시

앤서니 헤가티

최근 한 금융기관에서 열린 개인 안전교육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청중은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물었습니다."남자친구가 꽃을 보내주면 좋은가요?".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미소와 고개 끄덕임, "당연하죠"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각박한 금융업계 속에서도 애정 표현은 여전히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필자가 또다시 질문을 했다. "그 꽃이 직장으로 배달된다면요?"라고.청중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꽃은 로맨틱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감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여직원의 남성 동료들에게 보내는 신호—"이 여자는 내 여자다.". 꽃다발은 크고 눈에 잘 띈다. 경고 신호여야 하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꽃에 눈이 멀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날 밤, 남자친구는 전화를 걸어 "잘 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바로 받지 않으면 전화와 문자가 쏟아질 것이다. 아직은 연애 초기이고, 그녀는 그가 보여주는 강한 헌신에 빠져있다. 그는 "잘 자요"라는 의미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한다. 그녀는 장난스럽다고 느끼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그녀가 집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많은 관계에서 이런 행동은 애정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라는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 파트너를 감시하고 지배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이다. 통제는 폭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배려처럼 보이는 행동에서 시작된다.꽃 한 번은 고마움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영역 표시가 된다는 의미이다."잘 자요"라는 전화도 다정하게 들리지만, 실은 그녀의 하루를 그의 방식으로 끝내려는 것일 수 있다.

파트너 스토킹은 보통 세 단계로 나뉘어 진다. 시작 단계, 관계 유지 단계, 그리고 이별 또는 이혼의 마지막 단계이다.2022년 통계에 따르면 살인 사건은 738건이었고, 605명의 남성과 137명의 여성이 체포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보다 좁은 정의를 적용해 289건만을 '완전한 살인'으로 분류했고, 그중 83건(29%)은 연인이 가해자였다.

경찰 통계는 피해자의 성별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 통계에 따르면 살인 피의자의 80% 이상이 남성이었다. 이는 국내외의 오랜 경향과 일치한다—대부분의 친밀한 관계 내 살인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으며, 가해자는 남성이었다. 이는 사랑이 아닌 통제의 범죄이다.

가장 위험한 오해는 이런 범죄가 아무런 경고 없이 일어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경고 신호는 종종 이미 존재한다. 단지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될 뿐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것을 보며 자란 소녀는 그런 행동을 '정상'이라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폭력을 당해도 참거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런 환경에서 자란 소년은 폭력적인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

언론은 흔히 데이트 폭력의 젊은 여성 피해자에 집중하지만, 2022년 경찰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여성 피해자 중 가장 많 연령대는 60세 이상이었다. 총 44명이 60세 이상이었으며, 50대 26명, 40대 21명, 20대는 단 2명이었다.

이는 하나의 진실을 드러낸다. 강압적 통제는 나이가 들었다고 사라지지 않고 내재되어 있다. 어떤 관계에서는 조용히 지속되다가, 결국 치명적으로 끝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꽃이나 전화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경제적 통제나 감정적 위협같은 더 미묘한 방식으로 남아 있다.

초기 단계에서 감시의 신호를 더 많은 여성들이 상황을 인식했다면, 이들 중 일부는 생존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지나치게 헌신적인 남자'에게 의문을 가졌다면, 그 위험을 조기에 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관계는 사랑이 아니며 그것은 소유욕일 뿐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여성에게, 처음 반했던 그 꽃은… 마지막에는 장례식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될 수 있다.

앤서니 헤가티

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 위기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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