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김건희 이젠 접속 힘든 인스타에 文·김민석 총리가?

황희진 기자 hhj@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5-08-13 22:45:14 수정 2025-08-13 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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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13일 현재 그대로 공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의 X(구 트위터) 계정이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시기에 사라진(삭제 또는 비공개) 것과 비교, 인스타그램 계정은 그대로 문을 열어둔 상황이었고, 이게 자신의 구속 이후에도 열려있는 것. 일종의 신변 정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맥락이다.

김건희 씨 인스타그램 계정은 그의 약 3년 영부인 커리어보다 더 긴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기(2007년 7월~) 모습 위주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 첫 사진은 2015년 2월 13일 게시된 사진이다. 한 카페에서 철학자 강신주 씨와 함께 찍었다.

이어 2022년 4월 30일 마지막 사진을 올렸다. 이때는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3월 10일) 후이자 취임(5월 10일) 전이다. 즉, 게시물 업로드 자체는 영부인으로 살기 직전에 중단한 것.

인스타그램엔 주로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전시 현장 사진이 올라와 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주목 받은 전시에는 문화예술계와 연예계는 물론 정계 유명인들의 방문이 잇따랐고, 이는 김건희 씨 인스타그램에 그대로 '박제'돼 있다.

우선 2017년 3월 22일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찾은 반기문 전 UN(국제연합) 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 '점핑 위드 러브' 전시를 찾은 사진도 특기해 놨다.

마치 대통령 당선 유력 주자를 포착했다는 뉘앙스다.

대선 운동 시기였던 2017년 2월 1일 올린 게시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당시 기준)전 국회의원이 점핑 위드 러브 전시를 찾은 모습이 담긴 채널A 영상을 첨부했다.

김건희 씨는 "코바나컨텐츠의 '점핑 위드 러브 전'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문화로 정신을 깨우는 기업 코바나컨텐츠"라고 홍보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바로 다음날이었던 2017년 5월 10일 올린 게시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을 포착한 전시 관련 사진을 첨부, "대통령도 뛰게 한 점핑 위드 러브"라며 "필립 할스만은 당시 (미국)부통령 닉슨을 점핑시켰다. 그 사진 한 장은 닉슨이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진은 '점핑 위드 러브 전'에서 점핑한 당시 문재인 의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9일 뒤였던 2017년 5월 19일 남편은 문재인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 1월 10일 김건희 씨 인스타그램에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축사를 한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큼지막한 얼굴 사진이 올라왔다.

그리고 1년 6개월 뒤인 2019년 7월 25일 남편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김건희 씨는 이날 검찰총장 임명식에 남편을 따라 청와대로 가 당시 문재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17년 2월 20일에는 김민석 현 이재명 정부 국무총리가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찾아 웃으며 손으로 포즈를 취한 채 찍힌 사진도 올라와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김민석 총리는 2016년 4월 20대 총선에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과 별개의 정당)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섰으나 떨어지고, 2016년 10월 당 자체를 해산한 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흡수 합당)해 19대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일하기 전이었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계와 연예계까지 범위를 넓히면 배우 유지태, 故(고) 김기덕 영화감독,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임권택 영화감독, 가수 하림, 배우 정보석, MC 신동엽, 배우 배종옥, 가수 김현철, 혜민스님, 래퍼 빈지노(여자친구와 관람했다는 해시태그와 함께), KBO 총재 이력으로 야구인이라는 카테고리가 더 어울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가수 겸 화가 솔비, 만화가 허영만, 배우 고두심, 가수 김수철, 배우 유준상, 배우 이광기, 故(고) 김동길 교수, 건축가 승효상, 기타리스트 신대철, 만화가 박재동, 아나운서 백지연, 배우 이영애, 개그맨 이경규, 이상봉 디자이너, 건축가 안도 타다오, 배우 남경주, 배우 최불암, 축구선수 이천수 등이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전시를 찾아 카메라에 담긴 후, 김건희 씨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참고로 이들 이름을 김건희 씨가 현재 받고 있는 각종 혐의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수이다. 당시 국내에서 크게 회자된 유명 전시에 유명인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맥락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맡았던 시기엔 진보 진영과의 교감이 더 짙었던 것도 짚어야 하는 부분이다.

김건희 씨로서는 전시기획 커리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 인생의 어떤 보석 수집함 같은 존재가 이 인스타그램 계정일 수 있다.

자신의 이같은 커리어를 증명하려는듯, 문학 속 클리셰를 좀 빌리면 '자기 인생을 부정당하지 않으려는듯', 영부인 시기는 물론 수사 압박이 점점 가해져 실제로 구속된 현재까지도 정리(비공개 조치)하지 않은 뉘앙스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