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년 예산 대폭 증액해도 경제 선순환 가능할지는 미지수

꺼져 가는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확장 재정을 택했다. 이번 주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하는 첫 예산안인데, 대폭 증액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라는 승부수(勝負手)를 던진 셈이다. 승부수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인 만큼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아서다. 나라 곳간이 넉넉하다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복잡하다. 국세 수입이 총지출을 지탱하지 못하면 결국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채 증가 속도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정부 기대처럼 내수와 수출이 회복돼 기업 매출이 급증하고 세수 확보도 담보된다면 좋겠지만 경제 선순환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새 정부는 성장 마중물 용도로, 문재인 정부 때처럼 7~9%에 이르는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730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복지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과 달리 이번 정부는 구조적 저성장을 멈추고 신성장 동력 확보 쪽으로 지출을 늘린다. 연구·개발 예산 20%가량 증액을 시작으로 인공지능,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지역 균형발전 등에도 대규모 증액이 예상된다. 국방예산 증액도 불가피하다. 재정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여건(與件)이라는 말이다.

성장 동력 회복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돈을 푼다고 성장률을 높이지는 못한다. 두 차례 추경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9%에 그쳤다. 석유화학 분야처럼 곳곳에서 제조업 한계가 드러나고, 내수 침체는 장기화하면서 자동차·철강·반도체 등의 수출 전망마저 어두운 상황을 감안하면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국채 발행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을 통해 미래 세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수다. 빈틈없는 예산안과 함께 쓰임새 효과를 예리(銳利)하게 분석·보완할 대책도 함께 나와야 새 정부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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