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난했던 한일 정상회담, 불안한 한미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4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 DC에 도착해 방미(訪美) 일정을 시작했다. 농·축산물 개방을 비롯한 관세 협상 내용을 두고 한·미 간 엇갈리는 발표와 방위비 증액, 중국 견제 동참 등을 두고 힘겨운 협상(協商)이 예상되고 있다. 전례 없이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고 급히 미국으로 가는 등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이 모두 방미 일정에 동참한 것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측에서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일 언론 공동발표문은 청년 워킹홀리데이 확대, 한·일 양국 전용 입국 심사대 운영을 빼고 나면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 발전에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돌아오는 길에 일본을 방문해도 무방(無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은 또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親書)를 전달하기 위해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하지만 특사단은 시진핑을 만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장·국가부주석·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의 면담 일정만 잡혀 있을 뿐이다. 이례적인 홀대(忽待)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사단은 직접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미국 측 역시 먼저 중국에 특사를 보낸 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臨迫)했지만 미국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이 대통령 부부가 묵을 수 있을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SNS가 잠잠할 뿐만 아니라 백악관 브리핑, 미국 주류 언론 누구도 언급조차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 그래도 힘든 협상을 눈앞에 두고 일본과 중국을 활용하려는 듯한 외교가 역풍(逆風)을 맞지 않았나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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