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관광 컨트롤타워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부적정한 직원 인사 이동으로 통합 이후 오히려 전문성이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진흥원 내부에서는 전공, 경력과 상관 없는 업무에 갑자기 배치되는 등 '규정'에 반하는 본부·기관 간 인사 이동이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에는 기획경영본부 경영지원부장이 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부장으로, 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부장이 기획경영본부 경영지원부장으로 이동했다. 해당 분야는 오페라 기획, 제작부터 해외 교류 등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임에도 전공은 물론 해당 분야 경력이 전무한 경영 담당자가 갑자기 오페라하우스의 공연기획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
마찬가지로 오페라 하우스 공연예술을 담당하던 직원이 하루 아침에 250명의 직원이 있는 진흥원의 정보보안·정보시스템을 비롯해 인사·노무·연봉·승진·직원평가 업무 등을 총괄하게 됐다.
당시 인사에 대해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박순태 전 원장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을 합쳐놓고 인사 교류를 안하는 것은 의미 없는 통합"이라며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앞으로 수평적 교류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특정 기관에만 머무러 왔던 소위 '고인 물'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워낙 전문성이 강조되는 예술 분야의 특성에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한 문화행정 전문가는 "일반 행정 업무를 맡은 직원의 경우 상호 인사 교류가 적합하지만 철저하게 전문성이 발휘돼야 하는 자리까지 마구잡이로 뒤섞는 것은 대구의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진흥원 규정에도 어긋난다. 인사규정 15조에 따르면 '진흥원 직원의 보직은 전공, 학력, 경력, 기능, 적성 등을 고려해 직원의 직급에 상응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올 1월 시행한 인사 발령 역시 규정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었다. 관광 분야 경력 전무한 직원이 관광콘텐츠, 관광마케팅을 맡는가 하면 예술지원, 생활문화 등 지역문화진흥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관련 분야의 경력이 없는 직원들이 맡는 등 부적정한 인사가 이어진 것이다.
진흥원 내부에서는 "아무리 한 기관으로 통합했더라도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한 데 대해 말이 많았다"며 "같은 분야 내에서 다양한 기관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전공과 경력을 고려하지 않은 직급끼리의 획일적인 순환 배치로 전문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오히려 없애고 있는 셈"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처럼 인사 등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며 진흥원 통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구문예진흥원보다 앞서 통합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결국 조직 일부 분리 수순을 밟는 중이다. 경남문예진흥원은 2013년 홍준표 경남도지사 재직 당시 경남문화재단과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 등 3개 조직을 통합해 출범한 조직이다. 특성이 다른 기관들을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통합한 탓에 경남 문화예술계에서도 경남문예진흥원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지난해부터 경남문예진흥원 내 콘텐츠산업본부 조직을 떼어내 별도의 재단인 '경남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현재의 통합된 형태가 문화콘텐츠산업 기획·정책을 수립하는 싱크탱크, 컨트롤 타워 등 핵심 추진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남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설립이 추진되면서 기존 경남문예진흥원에 대한 역할 조정과 조직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문화계 종사자는 "인사가 만사인데, 부적정한 인사 이동이 결국 대구시의 문화·예술·관광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타 도시와 비교해 대구문예진흥원은 제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는 것 같다"면서 "차라리 경남문예진흥원처럼 일부라도 분리해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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