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비디아 2분기 실적 기대·실망 교차…중국 시장 '불안 요소'

2분기 실적·3분기 전망에 평가 엇갈려…"中 매출 회복 불투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7일(현지시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향후 성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최근 2년간 급성장한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인다는 우려도 있는 반면, 이번 실적이 기업들의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교차한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급박람회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너무 높았던 기대치, 실망도 교차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과 주당 순이익은 각각 467억4천만 달러(65조1천555억원)와 1.05달러(1천463원)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 매출 460억6천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1.01달러를 각각 '살짝' 웃돌았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5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제시하면서 월가 전망치 531억4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실적은 월스트리트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 이상 빠졌다.

이는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열풍 이후 엔비디아는 매 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 상승을 이끌었고, 이번 실적 발표 또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적 우려가 컸던 지난 1분기 때에도 매출은 440억6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 433억1천만 달러를 눈에 띄게 웃돌았다. 당시 H20 칩의 중국 수출이 제한됐는데도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전 실적과 비교해 이날 발표된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살짝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 증가율은 56%로 AI 열풍이 시작된 이후 성장률은 가장 낮았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일부 분석가가 600억 달러 이상을 전망한 것보다 크게 미치지 못했다.

특히,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은 411억 달러를 기록해 평균 예상치 413억 달러를 하회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예상치를 밑돈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가 이번 분기에 대해 다소 부진한 매출 전망을 내놓았다"며 "지난 2년간의 폭발적인 AI 투자 호황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이번 전망은 AI 시스템 투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더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e마케터 애널리스트 제이콥 본은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AI 응용 프로그램의 단기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투자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급박람회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AI 수요 여전히 견조, 중국이 불안 요소

다만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중국 판매 차질에도 매출이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도 "엔비디아가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월가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몇 달간 주요 대형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아부으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컸는데 이번 실적이 불안을 줄였다는 것이다.

S&P 글로벌의 멜리사 오토 연구 책임자는 "AI 열풍이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둔화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며 "만약 엔비디아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시장을 흔드는 수류탄'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매출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엔비디아 성장세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용 칩 H20을 판매해오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수출이 제한됐다. 이후 7월에 트럼프 행정부가 판매 재개를 승인하면서 금세 중국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H20 칩의 수출 제한이 없었다면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약 80억 달러 더 높았을 것이라고 엔비디아는 밝힌 바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승인은 지연되고 있고 중국 수출 허가 대가로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할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콜레크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 지연으로 중국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빨리 승인한다면 3분기에 최대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엔비디아는 보고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중국은 엔비디아 칩 견제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크게 의존했던 중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일부 출하를 허용하는 대신 매출의 15%를 가져가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중국 정부는 반대로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라고 독려한다"며 "엔비디아의 매출 회복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WSJ도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중국 정부가 고객들에게 H20 칩 구매를 자제하라고 권고했고 엔비디아는 H20 생산을 중단했다"며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전용 블랙웰 칩 수정 버전을 준비 중이지만, 판매를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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