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상 최대 728조원 예산 편성에도 성장률 담보 어렵다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안이 총지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확장재정'을 내건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인데, 올해보다 54조7천억원(8.1%) 늘었다. 증가율로는 2022년도 8.9% 이후 최고치다. 힘 빠진 경제에 새 동력을 장착(裝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렸다. 문제는 재정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27조원가량 지출 구조조정도 했지만 세입이 부족해 국채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1천4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선을 넘어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 경제로의 대전환을 뒷받침하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재정 여건 악화를 볼모로 한 경제 선순환 시나리오다.

올해나 내년부터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 성장세가 유지돼 성장률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야 이후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끌고 갈 수 있는데 상황은 마뜩잖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부동산과 가계대출 불안이 발목을 잡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조금씩 낮추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로 선회(旋回)한 까닭은 0%대에 머물고 있는 경제성장률 때문이었다. 내수 침체와 건설업 부진에 더해 관세 전쟁이 촉발한 수출 감소 우려 탓에 제조업마저 위축되자 0.8%대 성장률 전망치 달성조차 불확실해서다.

45조6천억원 규모의 2차례 추경과 소비쿠폰 발행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됐다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기대만큼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2030년대 잠재성장률 1.0% 수준 하락 전망까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언급처럼 관세 협상 재촉발, 노사 갈등 확산, 수출 불안, 석유화학 등 제조업 구조조정 등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린다. 재정 투입은 양날의 검이다. 막대한 국채를 담보로 한 선순환 구조가 실패하면 빚더미에 올라앉고, 저성장 골짜기에 갇힌다. 부족한 자본·노동 확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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