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11일 출범 100일을 맞이한다. 새 정부의 첫 100일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힌 국정 운영 기조와 부합하는 지가 핵심이다. 국정 운영 기조는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적인 방향성, 원칙, 가치관을 제시하고, 정부의 정체성 확립,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국민 소통에 깊이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주권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강조했다. 국민주권 정부는 국민의 뜻을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실용주의는 이념이나 특정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우선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 100일 동안 이재명 정부가 보여준 인사와 사면, 그리고 각종 정책과 법안 등을 평가해 보면 국정 운영 기조와 전혀 딴판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변호했던 인사들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국가정보원 등 핵심 요직에 임명했다. 이는 인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특정 네트워크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이 아닌 '밀실 권력'에 의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 인사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실용주의'와 거리가 먼 정치 보은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죽하면 진보 시민단체에서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지명 경위 비공개', '인사 기준 미제시', '검증 결과 불투명'의 '3무(無) 인사 시스템'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겠는가.
광복절 특별사면에 자녀 입시 비리로 복역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었다. 국민주권의 핵심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법치주의는 그 권력 행사를 통제하는 기본 원칙이다.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조국 사면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력화하고 공정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국민주권 정신에 위배된다.
이재명 정부는 방송3법을 의결했다. 야당은 정치권, 방송사 직원, 진보 변호사 단체와 학회 등 특정 진영에 유리한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한다. 국민주권의 실현은 국민 각자의 자유와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 가능하다. 특히 정치적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는 국민이 주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방송을 특정 정파가 지배한다면 국민 알권리가 침해되고 국민의 의견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더 센 상법 개정안'과 노란 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재계와 야당은 두 법안 모두 '반기업적', '반시장적'이라고 비판한다. 상법 개정안의 '3% 룰'은 해외 투기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란 봉투법은 노동계의 무분별한 파업을 조장하고,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을 약화시켜 산업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실용적 시장주의' 기조와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정부는 유독 확대 재정을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밝혔다. 이는 국가 채무가 다소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의 내년 예산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대 규모로 편성됐다. 이재명 정부의 확대 재정과 돈 풀기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소비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실용주의 기조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특히 정부 주도의 인위적 경기 부양은 시장의 자율적 기능 회복을 방해하고 비효율적인 분야에 자원이 배분되는 악성 포퓰리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여하튼 이재명 정부 100일 동안 국정 운영 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훼손되어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부가 약속한 기조와 다르게 행동하면서 구호만 있고 정작 성과는 없는 '빈 수레'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율 60%대에 도취 되지 말고 국정 운영 기조가 훼손될 때 예외 없이 역대 모든 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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