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출 늘었다지만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져

걱정했던 수출이 일단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상승세 덕분에 8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한 584억달러를 기록했다. 5월에 주춤했던 수출은 6월부터 석 달 연속 선전하고 있다. 두 달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반도체가 으뜸 효자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다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열풍에 고부가 제품 수요도 커져 151억달러 수출액을 달성했다. 자동차도 유럽연합과 독립국가연합(CIS)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한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선박은 2, 3년 전 수주한 선박 인도(引渡) 등으로 6개월 연속 상승세다.

그러나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대미 수출은 12% 감소했고, 대미 무역흑자는 6월 52억달러에서 8월 27억달러로 반 토막 났다. 철강·알루미늄·구리의 50% 고율 관세는 족쇄(足鎖)가 됐고, 자동차 관세도 여전히 25%다.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아직 미국 정부는 적용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0% 관세인 반도체는 최혜국 대우를 받아도 관세가 15%로 치솟아 경쟁력 담보가 어렵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현재 수출 호조가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수요(先需要)가 반영된 점도 불안 요소다.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국 항소심 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에 불법 판정을 내리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항소 기회를 주기 위해 10월 14일까지 판결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구두(口頭)로만 합의한 한국과 일본 등은 기존 합의가 뒤집힐지, 새 협상에 나서야 할지 판단조차 힘들게 됐다. 관세의 직접 영향 외에도 무역 불확실성 자체가 투자 감소와 민간 소비 위축을 유도해 성장률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는 한국은행 보고서도 나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8월 수출을 두고 "확고한 경쟁력과 수출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 낸 성과"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쟁력과 집념만으로 극심한 불확실성을 이겨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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