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마늘축제 개최
의성에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의성읍 구봉공원 일원에서 '제8회 슈퍼푸드 마늘축제'가 열린다.마늘의 본고장이 의성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의성 대표축제다. 마늘요리경연대회와 마늘경매, 생마늘까기 등 마늘3종 경기를 비롯한 시민참여프로그램, 유명가수 초청콘서트와 버스킹 등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 가면 입과 눈과 귀가 즐겁고 슈퍼푸드로 건강까지 두둑하게 챙기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축제기간인 27일은 오일장 '의성장날'이다. 축제장과 이웃한 의성전통시장에서 시골장터의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6개월 여 전인 3월 22일. 봄을 알리는 '전령사'라는 산수유가 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의성 산수유축제>가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마을 일원에서 개막됐다. 축제를 개막한 그날 30여km 떨어진 안평면 괴산리 천등산 중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축제지원에 나선 군청 공무원들까지 동원했지만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의성 전역으로 확산됐다.
일주일로 예정된 산수유축제는 다음날 취소됐다. 괴물이 된 산불은 도시와 마을을 삽시간에 덮쳤다. 의성에서 안동, 이어 영양, 청송, 영덕 등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휩쓸었다. '몽골기병'과도 같은 전광석화 속도전을 펼친 화마(火魔)의 기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재난이 아니었다.
성묘객의 작은 실화(失火)가 무려 100만에 이르는 사람들을 공포로 밀어넣었다. 산과 산, 마을과 마을을 넘나들던 산불의 거친 공세는 붉은 불구덩이에 빠진 '지옥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맹렬했다.

◆산불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마늘과 씨름, 그리고 컬링의 본고장으로 각인된 의성이 산불로 인구에 회자된 것이다. 산불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산불이 진화된 직후 피해지역 대부분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긴 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산불피해대책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정부의 피해복구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의성은 일상을 되찾았다. 산불이전의 일상이 아니더라도 의성은 좌절하지 않았고 재기에 나섰다. 마늘축제는 '괴물산불'이 의성의 일상(日常)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는 수순이다.
80평생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산불이었다며 그 때를 회상하는 할머니, 집은 물론 농기구마저 다 타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평생 살던 집을 잃고 쉼터에서 '살아생전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산불 이재민들을 구계리 쉼터에서 만났다.
'가운루'와 '우화루' 그리고 연수전과 약사전 등 천년고찰 '고운사'의 주요 전각들이 대부분 소실된 후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고즈넉한 산사(山寺)에 지난 주말(13~14일) 3천여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북적거렸다.
포교사 행사를 이곳에서 개최하면서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고운사의 조속한 복원과 피해복구를 기도하는 간절함이 모였다. 불에 그을려 갈라진 범종, 시꺼먼 숯덩이가 돼 널부러진 종각 기둥에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되뇌면서 두 손 모아 합장했다.

고운사 입구에서 일주문까지의 1km 남짓한 '천년숲길'은 아름드리 소나무들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걷고 싶은 최고의 숲길에 꼽혔다. 수백 년은 족히 넘은 소나무가 늘어선 숲길은 이번 산불로 뿌리부터 화마의 공격을 받아 대부분 소생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은 숯덩이가 된 채 사망선고를 받은 듯 붉은 페인트로 O표를 단 소나무는 죄가 없다.
검은 숯덩이 숲길과 푸른 풀들의 조화가 안타까웠다. 세상을 다 태워버릴 듯 거친 기세의 괴물 산불이었지만 기껏 산과 마을을 그을렸지만 온 세상을 다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산티아고 대신 산불순례길을 가다
굳이 구도의 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찾아나설 것 없다. 산불이 휩쓴 의성에서 고운사를 거쳐 동해바다 영덕에 이르는 산불의 경로만 따라 걸어도 삶을 되돌아보는 순례길이 될 것 같다.
고운사를 둘러싼 사방 산은 온통 검은 산 검은 세상이었다. 대웅보전 등 몇 개의 건물이라도 살아남은 것이 기적처럼 여겨진다. 고운사 너머 이웃한 점곡면 사촌마을 <가로숲>은 물론 온 마을이 산불에서 비껴났다.
그날 산불은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발화지점 주변은 여전히 당시의 참혹한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드론으로 현장을 확인하자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산불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산불은 바람을 이용해서 능선을 탔다. 바람의 방향을 따라 동북쪽으로 진격했다.

초기대응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강풍을 탄 산불속도를 감안, 10km 앞에 미리 방화선(防火線)을 치고 선제 대응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소방당국의 대응에 적잖은 문제점이 보였다.
산불이 지나간 산 아래에선 갈색으로 보이는 화마의 흔적이 한여름에도 녹음(綠陰) 대신 죽은 나무들로 인해 갈색 민둥산으로 보인다. 안평에서 영덕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따라 보이는 풍경은 온통 '검은 산 붉은 나무'뿐이었다. 이 붉은 산이 푸른 산이 되기까지는 최소한 50년 이상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산림전문가들의 전망이다.
9만9천ha에 이르는 산림을 파괴시킨 3월 산불은 이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불에 타고 그을려 소생하기 어려운 나무를 베어내고 조림사업을 통해 복원하는 데만 최소 30~50년, 완전한 생태계 복원에는 100년이 걸릴 것이다. 이재민 대책과 이주 지원 등 산림복원까지 소요되는 예산은 무려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운사 입구에 내걸린 '산불로 목숨을 잃은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목숨을 잃은 사람 뿐 아니라 영문도 모르고 희생당한 소와 돼지 등 가축과 비명횡사한 산속 야생동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속 깊은 배려였다.

의성산불피해지원 특별법이 6개월여 만인 이달 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불피해 지원에 대해 이견이 없는 여야 정치권이라면서 노란봉투법 처리 등 노동계 요구에는 발 벗고 나선 여권이 산불피해지원이라는 시급한 민생현안에는 왜 그렇게 미적거렸는지 알 수가 없다. 국회의장이 산불피해 주민대책위를 만나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공언한 만큼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산불피해국민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산불피해지원특별법은 대형산불피해와 관련, 주택과 창고 농기구 등 시설물과 농작물 임산물 가축 등에 대한 피해보상범위 및 보상수준을 현실화하고 고운사 등 전통사찰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보상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지자체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국비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이재민들에게 제공한 임시주거용 주택에 대해서도 현행 거주기간을 연장하고 이재민이 매수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의성군은 피해이재민을 위한 임시주거시설로 컨테이너하우스 142개 동과 조립식 주택 57동, 모듈러주택 42동 등을 마련, 산불이재민 모두에게 제공했다.의성산불은 아직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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