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저지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는 점,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 관저에 갔던 점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간사 선임을 반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각 정당을 대표한다. 입법 과정에서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을 이끈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 왔다.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리기 위해 민주당은 다수결(多數決)을 동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당 의원들만 투표를 실시해 부결시켰다. 상임위에서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부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야당 간사 선임을 여권이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결'로 처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맘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정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멀쩡한 사법부가 있음에도 국회는 선출된 권력이므로 다수결로 새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선출직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 모두 국민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간주(看做)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법안 하나하나에 동의한 것이 아니므로 정책이나 법안 추진은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숙의(熟議: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를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깡패 짓에 다름 아니다. 숫자 많은 게 '장땡'이라면 주먹 센 게 '장땡'인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선출된 권력, 국회 다수석이라는 이유로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공동체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지, 선출됐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다수결이라는 절차적 합법성을 명분으로 민주주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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