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국 시사잡지 타임(Time)지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가 너무 과도(過度)했다며 "내가 모두 동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1일 정부는 우리가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실은 "(공동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역대급 성공'을 했다. 이 대통령은 뛰어난 전략가이며 협상가의 면모를 보여 줬다"고 한껏 공치사(功致辭)했다. 그런데도 관세는 여전히 25%이고,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락(籠絡)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세 및 투자 협상과 관련, 미국의 요구는 무지막지했다. 일방적으로 높은 관세를 매기고,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한국이 GDP의 거의 30%에 달하는 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투자금이 회수(回收)되는 때부터 미국이 수익을 9대 1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투자 대상도 미국이 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미국의 요구에 따를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대안을 찾고 합의를 이끌어 냈어야 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합의하지 않았을 뿐, 관세를 낮출 대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 놓고도 마치 협상이 잘된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 대통령실의 그런 발표에 언론들도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뇌동(雷同)했다. 협상이 안 됐으면 안 됐다고 밝혔어야 한다. 양보가 필요하면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역대급 성공"이라고 국민을 우롱(愚弄)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하더니 '협상이 잘됐다니 진짜 잘된 줄 알았느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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