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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실상 실패한 한미 관세 협상,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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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외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세(關稅) 협상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한국 경제는 1997년 IMF 사태에 필적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 22일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한국의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대가로 미국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무역 협정에 구두(口頭) 합의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구두 합의 당시 3천500억달러 투자 조건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발표 이후, 한국 측과 미국 측의 설명이 서로 달라 혼란(混亂)만 가중시켰다.

8월 한미 정상회담 때에도 관세 협상에 대한 최종 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기업의 1천500억달러 투자만 추가됐다. 비현실적 약속만 남발(濫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여전히 협상 중이라지만, 사실상 한미 관세 협상은 실패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성공적 회담"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국민 경제로 전가(轉嫁)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을 대상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관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2분기 한국의 관세 증가는 무려 47.1배로 캐나다(19.5배), 멕시코(17.8배), 일본(8.2배) 등에 비해 압도적 세계 1위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수입 기업들이 관세의 64%를 부담했지만, 10월 이후에는 미국 소비자(67%), 수출 기업(25%), 수입 기업(8%) 순으로 부담 정도가 바뀐다.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한국 수출 기업의 부담(負擔)이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고,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만큼 한미 관세 협상은 국가의 운명(運命)을 좌우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협상 팀을 향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걱정된다. 협상 조건을 먼저 제안하고 설득해야 할 쪽은 한국 정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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