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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보니 행복이다] 권기영·김서현 부부 "가지 많은 나무가 큰 그늘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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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속에서 더욱 빛나는 다자녀가정
아이와 부모 모두 성장하는 삶 꿈꿔

권기영·김서현 부부가 자녀 넷과 쿠키를 만들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권기영·김서현 부부가 자녀 넷과 쿠키를 만들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기계공구 납품 자영업을 하는 권기영(41) 씨와 제과제빵사의 꿈을 키우는 전업주부 김서현(41) 씨는 동갑내기 부부다. 2010년 결혼해 자녀는 총 넷을 뒀다. 첫째 아름(15)과 둘째 다은(14)은 중학생이고, 셋째 보리(10)와 넷째 예준(7)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위로 셋은 딸, 막내는 아들이다. 부부는 "아이 넷 키우느라 15년 세월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며 "올해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이제는 다 키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와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여섯 가족이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와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여섯 가족이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와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자녀 늘수록 가족 결속력도 UP

권기영·김서현 부부는 20대 중반에 결혼했다. 요즘으로 치면 비교적 이른 나이다. 한창 철이 없을 나이지만 이들은 뭐든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려는 성격이라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남달랐다. 이런 성향은 첫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더 강해졌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없이 소중히 여기게 됐고, 아이가 자신들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도 몸소 체험했다.

네 아이를 낳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첫째와 연년생으로 둘째가 태어났고 자매끼리 서로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셋째도 갖게 됐다. 김서현 씨는 "셋째가 태어나니 집안 에너지가 더욱 밝아지더라"며 "그러면 셋보단 넷이 낫지 않을까 싶어 지금의 여섯 가족이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늘수록 가족이 더 단단해짐을 느낀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체력적인 부분, 경제적 부담 등 여러 문제들을 남편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해왔다"고 말했다.

(왼쪽부터)둘째 다은, 넷째 예준, 첫째 아름, 셋째 보리가 거실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왼쪽부터)둘째 다은, 넷째 예준, 첫째 아름, 셋째 보리가 거실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서로가 스승이자 친구인 4남매

네 아이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첫째는 자기 주도적이어서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실천하려는 성향이 있다. 책임감과 리더십이 있어 또래 속에서도 든든한 언니 같고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미술을 좋아하고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돌(idol)에도 관심이 많다. 활동적이라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집에서는 조용히 집중하며 그림 그리는 걸 즐기는 편이다.

둘째는 창의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새롭고 재미있는 게 있으면 호기심이 많아 일단 시도해보는 스타일이다.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서는 내향적인 면이 있으나 집안에서는 언니와 동생 간 감정의 고리를 잘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은 아이다.

셋째는 밝고 따뜻한 기운이 있어 친구들을 잘 챙기고 도와주는 편이다. 맡은 일도 끝까지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피아노를 잘 치며 요리와 구기운동 등 손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한다. 넷째는 표현력이 좋고 활동적이라 집안 분위기를 늘 환하게 만들어준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환경에도 두려움 없이 나서는 편이다. 누나들을 따라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막내 답지 않은 기특함이 있어 늘 예쁨을 받는다.

4남매는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자 친구다. 숙제, 운동, 취미활동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의지한다. 그 덕에 모두 자립심과 배려심 있는 존재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부부는 자녀들끼리 돌보고 도와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게 다자녀가정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낀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칭찬과 격려, 맞춤형 육아

이 가족의 평일 루틴은 하루종일 각자 역할에 충실하다 저녁식사 만은 꼭 같이 한다는 것이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숙제를 하거나 운동,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엔 그 어떤 일정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우선으로 한다. 장을 보거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한 뒤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한 주일 간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부부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꾸준히 쌓아가도록 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 한다"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주말에는 우리 여섯 가족 함께 하는 시간이 특별하진 않아도 참 행복하다"고 했다.

이들 부부의 육아 원칙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 그리고 칭찬과 격려다. 이를 아내 김서현 씨는 하루 일과 관리와 학습 지도 등에서 실천하고, 남편 권기영 씨는 아이들과의 대화 또는 외부활동 등을 통해 담당한다. 서로 육아방식이 비슷해 기본을 지키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역할 분담하는 식이다.

아이들마다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육아를 하려고도 노력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는 중학생이다 보니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저녁을 먹고 강변 뛰기를 하고 있다. 셋째와 넷째는 책임감과 리더십, 표현력을 키워주려 애쓰고 있다. 부모의 역할도 있지만 네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배우는 부분도 큰 것 같다.

여섯 식구가 집 앞 공원에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여섯 식구가 집 앞 공원에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시련이 와도 가족의 힘으로 이겨내죠"

'가지 많은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다'. 김서현 씨가 좋아하는 말이다. 누군가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지만 그는 가지가 많아 더 든든하다고 항변한다. 특히 지난해 남편이 큰 수술을 받았을 때의 일은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빠를 응원하며 회복을 돕고 스스로 집안일을 분담하기까지 했다.

첫째와 둘째는 동생들을 돌봤고 셋째는 엄마일을 돕겠다며 방을 쓸고 닦았으며 막내는 분위기를 밝히기 위해 애썼다. 그 경험을 통해 가족이 함께 한다면 힘든 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 아이들에겐 협력과 책임 그리고 배려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자녀가정의 장점은 시련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아이 많이 낳기를 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권기영 씨는 "큰 수술이었는데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움 준 우리 가족과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자녀가정의 또 다른 이점은 평상시에도 하루하루가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피소드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하나는 택배가 올 때다. 택배 도착 벨이 울리면 아이들이 우루르 현관으로 막 뛰어나가는데 이 방에서 하나, 저 방에서 하나 계속 나오니 택배기사가 "요즘 세상에 아이 넷인 집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곤 한다.

먹거리가 금방 동이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치킨너겟을 구워도 한 봉지를 다 구워야 하고, 냉장고에 먹을거리를 채워 놓아도 순삭(순간 삭제)이다. 지난 8월 막내가 편도 아데노이드 수술을 했을 땐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해 다른 아이들 것까지 냉동고에 100개 넘게 사뒀는데 이 또한 금방 사라져 버렸다.

◆소득 무관 교육문화바우처 확대해주길

학비며, 먹이고 입히는 것이며 다자녀가정은 돈 들어갈 일이 천지다. 정부의 지원책이 있다고는 해도 실질적인 도움은 별반 안 된다는 게 이들이 전하는 공통 불만이다. 김서현 씨도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다자녀가정 지원책인데 이마저도 한도가 정해져 있어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며 "치킨 한 마리 값 정도밖에 안 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가계에서 매달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교육, 문화, 교통 비용 등 필수 영역에서 현실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소득 기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이라도 교육문화바우처를 확대해주는 걸 다자녀가정은 가장 환영할 것"이라며 "지원제도 신청을 하는데 있어서도 행정복지센터나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통합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권기영·김서현 부부는 "다자녀가정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한 부분이 훨씬 크다"며 "앞으로 우리 여섯 가족의 목표는 서로의 꿈을 존중하며 아이도,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서현 씨 개인적으로는 작은 베이커리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다.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은 일찌감치 따 놓았고 지금은 집에서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하고 있다. 부부는 "건강의 소중함도 알게 됐으니 이제는 일과 건강, 가정 모두 균형 있게 유지하며 살아가려 한다"며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만들고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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