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이 '아세트아미노펜'인 '타이레놀'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자폐 스펙트럼 유발 물질'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타이레놀은 임산부에게 가장 안전한 진통제로 인정돼 왔기에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어떤 말을 들었기에 저런 발표를 했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 "타이레놀은 안전하다"
의료계는 타이레놀이 임산부가 복용가능한 그나마 안전한 진통제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여러 진통제 중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산부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는 진통제이기 때문이다.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경우 태아 신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임신 20~30주에는 최소량을 최단기간 쓰고, 임신 30주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유환 효성병원 고위험·고령산모센터 과장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 스펙트럼의 관련성에 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 입증된 바가 없다"며 "고열 또는 강한 통증으로 인해 임신이 방해되는 상황에서 타이레놀은 현재로서는 안전한 진통제"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자폐 스펙트럼 자체가 약물로 인한 원인보다는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그 증상과 정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 그리고 반대되는 결과를 확인한 신빙성 있는 연구 결과가 매우 많고, 언론 보도에 인용된 논문의 연구 한계점 또한 크다는 점을 들어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필요시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주장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복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이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해서 강력히 경고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주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임신 초기 38℃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복용량은 하루 4천㎎을 넘기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이는 약국 등에서 파는 타이레놀 8정 안팎의 양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주장을 한 이유로 정확하게 사실을 알고 말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의견이 더 많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자폐증 관련 행사에 후원을 해 왔던 점,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백신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선이 컸던 점, 이러한 시선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료적 내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라는 캠페인을 주관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신 불신론자이며 "백신이 자폐증을 부른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던 것과 연관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자폐증 과학 재단'(ASF)의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레이그 스나이더의 말을 빌어 "자폐증의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을 언급한 적 있고 이 부분은 많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공유하는 부분"이라며 "자폐증 관련 문제는 대통령에게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인 문제고, 선거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을 위해 이러한 주장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도움말 김유환 대구 효성병원 고위험·고령 산모센터 과장(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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