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를 받고 한국과 베트남 수출입 업체 간 물품 대금 등을 가상자산으로 불법 송금한 이른바 '환치기' 조직이 관세당국에 적발됐다.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따라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덩달아 증가한 만큼 관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은 1일 한국과 베트남 간 송금과 영수를 대행한 환치기 조직원 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구에 소재한 귀화 베트남 여성 3명은 지난달 무등록 외국환 업무(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현지인 남성 2명은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했다.
대구본부세관에 따르면 이들 5명은 지난 2022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간 한국과 베트남 의뢰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기존 화폐 시세를 추종하는 암호화폐)을 활용해 약 9천200억원 상당 송금·영수를 대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조직이 한국에서 영수 대행한 자금은 약 8천430억원이다. 이는 주로 국내 업체에서 화장품, 의료용품 등을 수입한 베트남 업체의 구매 대금을 불법 송금한 사례다. 조직이 구매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건네받은 뒤 이를 원화로 교환해 국내 업체에 이체하는 식이다.
베트남으로 송금 대행한 자금은 약 770억원으로 확인됐다. 조직은 국내 의뢰인이 입금한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베트남으로 전송했다. 대구본부세관은 이 자금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수익금과 같은 '블랙 머니'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활용된 가상자산은 주요 스테이블코인 종목인 테더로, 비교적 가격 변동성이 낮아 범죄 집단의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구본부세관 설명이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는 가상자산 투자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추세로 파악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가상자산사업자 의심 거래보고(STR) 접수 건수는 3만6천684건으로, 지난해 1만9천658건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FIU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관세당국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가 늘어난다고 보고, 관련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종필 대구본부세관 조사과장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는 마약 거래, 도박 자금, 보이스피싱 등 불법 자금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단속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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