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체제에서 가격 조작은 중대한 범죄다. 공정가격을 무너뜨려 일부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상당수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다. 최근 불거진 집값 띄우기, 즉 집값 담합(談合)도 주가 조작만큼 심각한 범죄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아파트 거래 8건에 집값 띄우기 의심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를 악용한 허위 신고 논란이 커지자 2023년 3월부터 올 8월까지 서울 지역 부동산 매매 계약 해제를 조사했는데, 수상한 거래가 2023년 135건, 2024년 167건, 올해 123건이 포착됐다. 올해 발생한 거래 중 위법 정황이 짙은 8건이 수사 대상인데, 2023년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이후 공인중개사가 아닌 거래 당사자 처벌을 목적으로 한 첫 조치다.
수사 의뢰한 거래는 빙산의 일각이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 사례가 11만 건이 넘었다. 경기도 2만7천여 건, 서울 1만1천여 건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단순 변심(變心)도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짜고 허위 신고가(新高價) 거래를 맺어 시세를 부풀리는 사례도 적잖다. 2020~2024년 집값 담합 신고만 2천300여 건인데, 경기도와 서울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 서울에선 아파트 계약 해제가 4천200여 건에 달했다. 대출 금리 우대를 받으려고 기존 계약을 해제하고 전자계약으로 바꾼 경우가 많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정부 당국이 방치했다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년간 부동산 시장 교란(攪亂) 행위 4천600여 건 중 집값 담합이 2천여 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행정 조치나 수사 의뢰는 10%대에 불과했다. 대출 규제 등 강력 대책을 내놔도 서울 집값이 들썩인 원인 중 하나가 담합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감과 투기 심리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뒤늦게 국토부는 수사 의뢰와 함께 세금 탈루 및 편법 증여에 대한 국세청 조사를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를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 주겠다"고 했는데, 집값 조작이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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