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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펄펄 끓는 코스피,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것 착각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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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4천 선 돌파도 가시권(可視圈)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처음 3천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기업 실적 호조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배당소득 최고세율 인하 방침 등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전망도 힘을 보탰다. 주식시장만 보면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인데,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성장률 전망치도 0%대에 머문다. 건설업 불황에서 출발한 생산 위축(萎縮)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 동향'에서 "건설업 위축으로 낮은 생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8월 건설업 취업자가 13만여 명 줄면서 취업자 증가 폭도 축소됐다. 대구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최저임금보다 30만원 정도 많은 월급을 제시하며 1명 구인에 나섰는데, 20년 이상 경력직을 포함해 40여 명이 반나절 만에 몰려왔다"며 심각한 구직난을 전했다.

나라 살림은 심각하다.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8월 말 88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정을 쏟아부은 202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국가채무는 전달보다 20조원가량 늘어난 약 1천261조원에 달했다. 가계 여윳돈도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가계소득 감소에다 아파트 등 실물(實物)자산 투자 확대로 여유자금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1분기 92조원에서 한 분기 만에 40조원 넘게 줄었다.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는 9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가 5년 전에 비해 22.9%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5년간 의식주 물가는 연평균 4.6%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2.8%를 뛰어넘었다. 통계로 잡힌 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乖離)가 훨씬 커졌다는 얘기다.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휘발성에 그쳤고,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망과 반감(反感)은 커진다. 주식시장만 살리면 실물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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