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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김혜령] 무대의 빛 아래, 그늘에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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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리허설 중이었다. 한 스태프가 무대 뒤를 돌다 오케스트라 피트로 떨어지는 걸 봤다. 무대는 환했지만, 피트가 내려가 있으면 위에서는 그 깊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어!" 하는 짧은 비명만 내뱉었고, 그는 그대로 추락했다.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날 이후 한동안 그 장면이 악몽처럼 반복됐다.

공연장은 화려하지만, 그 속은 언제나 위험으로 가득하다. 리프트가 오르내리고, 철제 구조물과 스피커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내려간 상황에서는 무대 위에 안전바를 설치해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 그 단순한 조치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며칠 전, 세종문화회관 리허설 중 400㎏의 장치에 깔려 하반신이 마비됐던 성악가 안영재 씨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는 구두계약으로 일하던 민간 오페라단 소속의 프리랜서 예술인이었다.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2년 넘게 치료비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그의 마지막 무대는 리허설이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예술인을 여전히 '노동자'로 보지 않는 사회의 냉담한 구조를 드러낸다.

나도 몇 차례 '공연장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온라인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수료증이 발급된다. 하지만 그 교육은 대부분 형식적이었다. 실제 무대의 높이, 장치, 조명, 리프트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사고가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나는지 안다.

공연장에는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있고, 책임이 있다. 관객이 떠난 뒤에도 그 무대는 여전히 누군가의 일터다.

공연장 규모가 어떠하든, 그 무대에 오르는 모든 예술인은 반드시 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직업도 진정한 의미의 '일터'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은 아름다워야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명은 더 소중하다. 무대가 아무리 빛나도 그 아래에서 누군가 다친다면, 그것은 진짜 예술이 아니다.누군가의 꿈이 다시는 무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제도와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공연예술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직업군의 노동자들이 예외 없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무대 위의 생명은 어떤 계약 형태로도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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