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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커피 한 잔, 마음을 연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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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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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며, 삶의 감각을 깨우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격정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유독 사랑했던 커피 '예멘 모카 마타리'. 단맛과 쓴맛이 공존하는 묵직한 바디감, 다크초콜릿 같은 깊은 향이 특징인 이 커피는 예멘의 고지대에서 자란다. 예멘은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처음 경작된 땅이자, 커피의 원류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흐가 이 커피에 매료된 이유는 단지 향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는 한 잔의 커피 속에서 예술과 닮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깊고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다채롭게 번지는 감정의 울림 말이다.

하루의 시작에 한 잔, 커피를 내리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물을 데우고 원두를 갈아 정성스레 내리는 순간,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경험으로 바뀐다. 한 잔의 온전한 커피를 위해 수많은 변수를 조율하고,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과도 같다. 예술이 섬세한 노동의 집합이라면, 커피 또한 그 과정 속에 고유한 의미를 품는다.

그렇다면 커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커피는 하나의 '연결 매개체'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대화하고 세상을 관조하게 된다. 사진이나 그림이 그렇듯 문화 역시 인간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다. 사진 한 장에는 순간의 감정과 시간이 담기고, 그림에는 작가의 삶과 사유가 녹아 있다. 문화는 그러한 예술의 집합체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감정과 생각을 품어낸다.

한 잔의 커피, 한 점의 그림, 한 장의 사진은 모두 삶을 연결하는 매개다. 우리는 어떤 거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미를 찾으며 천천히 성장한다. 커피를 내리고 사진을 찍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커피는 결국 사람의 온기에서 완성된다. 누군가와 나누는 한 잔의 커피는 대화가 되고, 기억이 되고, 관계가 된다. 문화 예술도 다르지 않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자체보다 그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작품을 찾고, 커피를 내리고, 삶을 이야기한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향기의 잔향은 여전히 우리 안에 머문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커피를 내리고 예술 앞에 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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