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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심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촉발… 한국 산업계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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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상권 허용 범위는"…美 대법 판단 '세계 통상'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 심리에 오르면서 판결 결과에 따라 글로벌 통상 질서와 한국 산업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대미 거래 조건이 달라지고, 북미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중소 제조업체나 소재·장비 기업들은 관세 변동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분수령

법조계와 경제계에서는 대법원이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파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미 상공회의소는 "기업들이 이미 겪고 있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트럼프 관세가 초래한 막대한 영향을 보여준다"며 위헌 판단을 요구했다.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와 골드워터연구소, 학계와 전직 행정부 인사들도 "IEEPA는 대통령에게 포괄적 관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악관은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관세를 사용할 권한은 당연하다"며 법적 확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조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불리한 결과가 나와도 플랜B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나 펜타닐 원료 수출은 명백한 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국가안보 대응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대법원이 합헌 판단을 내리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안보'를 내세워 고율 관세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강화되면 미 의회가 제동을 걸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다음 날 열릴 연방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이번 재판은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의 심리는 말 그대로 미국이 살 것이냐, 무너질 것이냐를 결정짓는 일"이라며 "정부가 이기면 우리는 공정하고 견실한 재정과 확고한 안보를 되찾을 것이지만, 패한다면 수년간 미국을 이용해온 다른 나라들 앞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지금처럼 미국이 세계의 존중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성과의 배경에는 관세가 만들어낸 경제적 자립과 이를 통해 체결한 유리한 협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위헌 판결이 내려질 경우, 행정부의 경제 개입 권한은 상당 부분 제한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주의 질서가 부분적으로 복원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 촉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미국 대법원의 심리가 임박하면서 한국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별도 관세를 매길 경우 새로운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팹리스와 소재·장비 기업들은 미국·일본·EU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관세가 오르면 원가와 납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미국 현지 공장을 확충 중인 대기업들은 일부 영향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현지 생산분에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비상권을 인정할 경우, 행정부가 '미국 우선 공급망'을 내세워 해외 생산분에 추가 관세를 검토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한국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배터리나 소재에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진영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기존 법률을 활용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에 별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이미 정치·외교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시각도 있다. 무역 불균형 해소나 산업 보호를 넘어, 정치적 불만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관세를 사용하다는 설명이다. 인도·브라질·콜롬비아·남아공 등은 정치적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미국 언론은 이를 "대통령의 심리 상태에 좌우되는 불확실한 정책"이라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외교와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세계 주요 교역국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이에 대항하는 국가는 중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활용해 일부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대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관세 무기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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