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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조준호 기자]울릉군 수장의 서명의 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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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사회2부 기자
조준호 사회2부 기자

통상 계약하거나 합의, 결재 등을 승인할 때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한다. 서류에 담긴 내용을 증명하고, 승인하고, 결국 책임지고 보장하는 절차라 볼 수 있다. 법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행위로 보고 있어 그만큼 서명의 무게는 무겁다.

국가의 수장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장은 그 자리만큼 서명의 무게는 무겁다.

최근 울릉군은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군이 공모, 선정한 공모선 운영에 따른 운항결손금을 두고 선사와 수년간 각을 세웠다.

올해 5월 30일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이해 당사자인 대저페리와 울릉군은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조율한 조정안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울릉군은 합의에 앞서 내부적으로 수차례 군정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중론을 모았고, 변호사 등에 법률 자문을 받아 진행했었다.

그러나 울릉군은 합의서에 서명 후 지금까지 합의 조정안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미룬 이유에 대해 군은 감사원을 방문해 자문을 구한 자리에서 "운항결손금에 관한 고정지급에 대한 법적 지급 기준이 없이 지급했을 시에 무리가 따른다"며 감사원에 사전컨설팅 받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러자 지난 6일 권익위 주관으로 열린 회의서 권익위 측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군정조정위원회를 거쳐 울릉군수가 직접 서명한 공식 문서를 신임 과장이 부임 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군이 주장한 사전컨설팅은 합의서 서명이 끝난 상황에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결국 최종 합의서에 서명은 군수가 했고, 해양수산과 신임 과장은 합의서 사안이 일정부분 절차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문제가 없다면 합의서대로 진행하면 됐었다. 군 스스로 문제점을 시인한 꼴이다.

군 입장을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서명 전 고민하고 확인 할 사안을 합의 후 수개월이 지나 진행하는 등 거꾸로 행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울릉군 내부에서도 합의서에 서명 후 지키지 않아 합의 이전보다 난처한 입장에 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선사 측은 법원의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채권단과 협의해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울릉도가 아닌 타 지역 운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채권단 결정에 따라 여객선이 떠나면 후폭풍이 거세질듯하다.

이번 사안이 군의 확고한 합의 실행의지가 없으면 법원 판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짙다. 그리고 타 기관에서 정확한 감사를 진행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행정을 추진하며 동일한 일이 반복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울릉군의 책임과 공무원의 대한 상벌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 자율성과 인사권 등 다양한 권한을 가지고 지역 사안 일정부분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자치행정인데 이번 사안을 보면 씁쓸하다.

결정과 서명은 울릉군이 하고, 면책에 대한 사안은 다른 기관에 요구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을 무시하고 다른 기관에 자문에 따른다면 과연 자치행정이라 할 수 있을까? 군은 조언과 자문. 판단과 결정, 책임을 혼돈하는 것처럼 보인다.

옛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후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살아생전 이름의 명예를 지켜라는 뜻도 담겼다. 직책의 명예와 의미가 담긴 서명. 과연 울릉군 수장의 서명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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