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랑스 나방을 따라가는 한국 [가스인라이팅]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프랑스는 오랫동안 좌파 진영의 이상향이었다. 천연 에너지·광물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도 GDP 대비 복지 지출이 세계 최상위권이기 때문이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복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프랑스 사례가 반박 근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복지 천국 프랑스는 국제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2년 동안 두 단계나 하향 조정했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GDP 대비 정부 지출 G20 국가 중 1위' '재정적자는 EU 재정 준칙의 2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EU 3등' '사회 복지 지출 OECD 최상위권' '공공연금 재정 고갈 직전' 모두 프랑스의 현주소다.

프랑스 좌파 언론과 시위대는 마크롱의 '부자 감세'가 재정을 약화 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크롱의 부유세 개혁에 따른 세수 감소는 막대한 부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근본 문제는 과도한 정부지출 구조에 있다. GDP 대비 54.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지출을 유지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의 2026년 국가채무는 약 1천400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GDP 대비 51.6%에 육박한다. 이재명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지출 규모를 8%나 늘렸다. 이대로 가면 2029년 국가채무는 약 1천800조로 GDP 대비 58%에 달할 것이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주요 공적연금·보험도 재정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개혁 논의는 표류하고 있다. 국가 전산망이 모두 불탔을 때 이를 무시하고 예능 촬영 나갔던 것처럼 국가 재정에 적신호가 생겨도 무시하고 확장재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의 경고와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애써 무시한 채 '아름다운 복지국가'로 오늘도 나아가고 있다. 애써 태연한 척 연기하면서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 축소나 연금 개혁 논의가 정치적 자살행위로 여겨져서다. 이쯤 되면 한국은 거의 나방 수준의 나라 아닌가 싶다. 나방은 뜨거운 열기보다 불꽃의 아름다움을 따르다 불타 죽기 때문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