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용보험 제도의 구직급여(실업급여) 구조가 잘못 설계돼,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가 실제로 일할 때보다 일을 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을 때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약 127만7천명이 실직 전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받은 초과 금액은 총 1조2천85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기형적인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자의 근로 의욕과 실직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실업급여 최소 보장 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실업급여는 실직 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최소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주 5일, 주 40시간 일할 경우 세금과 4대 보험료를 제하고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월 184만3천880원이었다. 반면 같은 조건의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면 월 191만9천300원을 수령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7만5천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산정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근로자는 주 5일 근무 시 하루의 유급휴일이 포함돼 일주일에 6일 치 임금을 받지만,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지급되는 구조다. 실업급여는 세금이나 보험료 공제가 없기 때문에 실수령액이 근로자보다 더 많아진다.
감사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일부 근로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167만2천명 중 11만 명(6.6%)은 최근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였다. 감사원이 한 시중은행의 단기계약직 근로자 975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87명이 '6개월 근무 후 4개월 실업급여 수급, 2개월 공백'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실업급여 최소 보장액이 평균임금의 44.1%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뒤를 잇는 아이슬란드가 34%, 네덜란드가 27.2%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 경총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사업 대부분이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돼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핵심 항목인 구직급여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하한액이 크게 늘어났다. 현행법은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약 193만 원으로, 1개월 최저임금 세후 실수령액(188만 원)을 약 5만 원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균임금 대비 41.9%에 달한다.
이에 따라 경총은 ▷구직급여 하한액 제도 폐지 ▷구직급여액 산정은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유지 ▷수급 기준 강화(기준 기간을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 기간을 180일에서 12개월로 확대) ▷부정수급 제재 강화 ▷모성보호 및 육아지원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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