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국대학교 글로컬대학사업이 본부장 전횡 논란과 예산 병목으로 5년 국가사업 자체가 표류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글로컬대학추진단은 최근 조직 재정비로 남은 2년의 재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 마지막 2년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할 경우, 글로컬대학사업은 결국 또 하나의 지역정책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는 경고가 거세지고 있다.
◆'1천억 사업'의 초반 2년, 왜 이렇게 흔들렸나
국립경국대 글로컬대학사업은 5년간 1천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경국대는 1차년도 80억원, 2차년도 100억원, 올해 340억원 등 총 520억원을 이미 교부받았지만, 정작 사업 추진력은 사업 규모에 걸맞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 국립경국대 글로컬대학추진단은 조직 정비보다 내부 갈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파열음은 전 본부장의 독단 운영이었다. 일부 센터장은 지인 수의계약 의혹과 일방적 의사결정에 반발해 사퇴했고, 사업은 일정 기간 사실상 '정지' 상태에 놓였다. 결국 프로그램 기획은 미뤄졌고, 예산 집행은 뒤엉켰다. 사업 초기부터 '이 구조로는 정상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내부 불만이 누적된 셈이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으나 전횡이나 불법적 사항은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였다"고 짚는다.
단장–본부장–센터장 체계를 갖춘 듯 보였지만 실제 권한이 한곳에 몰린 '기울어진 의사결정 구조'가 갈등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예산은 매년 8~9월 도착… 학생 일정은 3~11월 운영
글로컬대학사업의 가장 고질적인 병목은 예산 흐름이다. 사업 대부분은 3~11월 운영을 전제로 하지만 예산은 중앙정부→광역단체→대학 단계를 거치며 매년 8~9월에야 대학에 도착했다.
그 결과 기획·운영·평가·정산이 두세 달 안에 몰리는 비정상적 압축 행정이 발생하고 교육 품질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프로그램은 '기획 5일·모집 5일·운영 20일'처럼 교육 설계라고 보기 어려운 일정이 발생했다.
현장 실무자들은 "행정기관 일정에 맞추다 보면 정작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를 두고 "대학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산 지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승인·배분 절차에서 병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경북도·지자체가 선집행을 제도화하거나 연초 사용 가능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학생 피해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안동형일자리사업의 '실패 패턴'과 닮은꼴… "보고서만 쌓이고 성과는 없다"
국립경국대는 이미 안동시와 함께 추진했던 안동형일자리사업에서 같은 문제를 겪었다.
245억원을 투입했지만 고용 성과는 미미했고, 결국 실질 성과보다 보고서만 늘어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재 글로컬대학사업이 걷는 길 역시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 간 연결 부족, 폐쇄적 운영, 예산 지연, 시간 부족형 집행 구조가 반복되면서 "이대로면 안동형일자리사업의 실패를 더 큰 규모로 재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한 교육정책 전문가는 "작은 실패에서 배우지 않으면 큰 사업일수록 타격은 배가된다"며 "지금 글로컬대학사업은 안동형일자리의 데자뷰를 그대로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단장 교체 후 조직 안정… "이제야 사업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7월 새로 취임한 임재환 단장이 조직을 재정렬하면서 사업은 뒤늦게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내부 갈등은 잦아들었고, 센터장 단위의 협업 구조도 재정비됐다.
일부에서는 "이제야 글로컬대학사업이 정상적인 사업단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 단장은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공동운명 구조는 이미 여러 연구로 입증돼 있다"며 "공공형 대학으로서 인문혁명과 지산학 혁명을 통해 지역의 질문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사업 정상화 선언이 아니라 향후 2년간 구조개편과 성과 생산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남은 2년이 '진짜 승부처'… 지금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실패는 확정적
전문가들은 향후 2년을 글로컬대학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시점으로 보고 있다. 앞선 2년을 흔들렸다면 이제 남은 2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경북도의 예산 선집행 제도화 ▷단장·센터장·실무조직이 함께 결정을 내리는 권한 분산형 구조 확립 ▷기획–운영–평가 일정의 연중 분리와 정상화 ▷지역사회와의 실제 연계 강화로 '보고서형 성과' 탈피 등을 제안했다.
특히 예산 구조 개편은 대학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행정 편의가 교육을 짓누르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어떤 사업도 정상화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지역·대학 모두 선택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사업은 단순한 대학지원 사업이 아니라 지방대 살리기, 지역 인재 육성, 산업 구조 개편이 걸린 국가 전략 과제다. 그만큼 실패의 파급력도 크다.
초기 혼란은 이미 드러났다. 구조적 병목도 밝혀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택이다.
국립경국대와 지방정부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 구조를 재정립할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 사업을 남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향후 2년, 글로컬대학사업은 말 그대로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임재환 단장은 "지적된 문제들은 이미 개선 절차에 착수했고, 남은 기간 동안 사업의 흐름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 필요한 것은 불신의 확대가 아니라 추진 체계의 정비와 협력의 회복이며, 사업의 본래 목표인 지역 성장과 대학 혁신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학이 통합해 출범한 국립경국대는 2023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이후 학생 중심의 교육혁신과 지역·산업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내 7개 공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 공공수요에 대응하는 공공형 대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통문화 기반의 K-인문 TRIO 인재양성과 백신·바이오 등 지역 특화 분야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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