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공익법인 '희망을 파는 사람들'이 대구 대봉1동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제26회 희망 연탄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전국에서 모인 60여 명의 봉사자들은 취약계층과 홀몸노인 10가구에 연탄 2천800장을 직접 전달하며 따뜻한 사랑을 전했다.
2015년 대구에서 설립된 이 단체는 연탄 나눔 외에도 매월 서울역과 부산역의 노숙인들에게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복지사각지대 가구 의료비·생활비 지원, 환경정화활동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런 공로로 2019년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 단체의 설립자이자 대표는 '김광석 닮은꼴 가수'로 알려진 채환(51). 경북 청도가 고향인 그는 2013년 SBS '스타킹'과 JTBC '히든 싱어'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2020년 초까지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 채환홀에서 '김광석을 노래하다'란 이름으로 매주 노래를 불렀다.
2018년엔 마음 치유 프로그램 '귓전명상 채환TV'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서울과 제주에 귓전명상센터도 열었다. '내 삶을 바꾸는 치유 명상 수업'(2020년),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2021년), '매일 운이 좋아지는 21일 하루 명상'(2022년) 등의 책도 펴냈다.
지난 16일 제주 귓전명상센터에서 만난 채환 씨는 가수이자 NGO 단체 활동가, 명상가, 62만 구독자의 명상멘토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각기 달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줄기"라며 "그 뿌리는 나눔"이라고 말했다.
-가수를 하다가 어떻게 봉사의 삶을 살게 됐나.
▶돌이켜보면 짧은 만남이었지만 김광석 형이 저를 이렇게 이끌어준 것 같다. 형은 고교시절 때부터 저의 롤모델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대구 금호호텔에서 김광석 형의 공연이 있었다. 통기타 동아리 선배들과 공연을 보러 갔고, 운 좋게 쫑파티에 함께할 수 있었다. 형은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절실한 마음으로 노래를 하면 된다"고 격려해 줬다. 그때 다짐했다. 나도 저렇게 통기타 하나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군 복무 시절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역 후엔 형처럼 1천회 공연을 하겠다는 목표로 대구백화점 남문 앞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1997년의 일이다.
거리공연을 하며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치킨과 피자를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2살 때부터 대구로 유학을 와 자취생활을 했었기에, 자연스레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치킨과 피자는 제가 어릴 적 가장 먹고 싶었던 메뉴다. 그 당시 거리에서 노래하면 한 달에 50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상인동에 사는 소년·소녀 가장 10가구 아이들에게 쌀 한 포대와 치킨 한 마리, 피자 한 판을 선물한 게 나눔의 시작이자 '희망을 파는 콘서트'의 출발이 됐다.
-요즘 대구에서는 공연을 자주 볼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을 즈음해 김광석 거리 채환홀 임차료가 4배 가까이 올라 공연장을 철수한 탓이다. 그래도 희망을 파는 콘서트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 콘서트 무대는 물론이고 병실, 요양원, 길거리, 학교, 혹은 작은 골방에 이르기까지 희망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노래를 불렀다. 2014년 1천회 콘서트에 이어, 지난해 3월엔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 복합문화체육관에서 2천 번째 공연을 열었다.
-희망을 파는 사람들은 어떤 단체인가.
▶2015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발해 지금은 공익법인이 됐다. 서울에 본사가, 대구·부산·광주·제주에 지부가 있다. 미국 뉴욕과 캄보디아 시엠립에 해외 지부를 두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위기가정 발굴 및 지원, 서울역·부산역 노숙인 지원 및 자활 지원, 연탄 나눔, 홀몸노인 대상 반찬 나눔, 환경정화활동 '쓰담' 등의 활동을 한다. 2018년부터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 캄보디아에 깨끗한 식수를 위한 생명의 우물파기 사업인 '귓전수 우물건립' 과 초등학교 한글교육 및 음악교실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구환경을 살린다는 의미로 중미 니콰라과에 나무 심기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대표와 이사들이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도 최소화했다. 부동산도 없다. 그렇게 하니 더욱 많이 나눌 수 있었다.
-때때로 명상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귓전명상 채환TV' 구독자는 62만명을 넘어섰다.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혼자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님이 많이 그리웠고, 외롭고 불안함에 힘들었다. 어느 날 그 문제의 해답은 제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마음공부의 중심에 '명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마음의 변화를 조금씩 경험하게 되면서 다친 내 마음과 상처 난 몸은 내가 반드시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계를 만든 자가 시계를 고치듯, 나를 만든 내가 반드시 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된 거다.
-명상이 뭔가.
▶쉽게 설명하자면, 생각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 명상이다. 나의 생각 하나가 나를 괴롭게 하고 생각 하나가 또 나를 살리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에 가장 집중해야 된다.
사실 감정은 날씨와 같다. 날씨가 바뀌듯 생각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생각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명상의 포인트다.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 생각의 본질을 알게 된다면 고통에서 벗어나고 생각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의 노예로 살아간다.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책을 통해 '명상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이미 삶이 항상 재밌고 행복하다면 명상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가끔 외롭고 지치고 몸과 마음이 아프다면 명상은 나를 위한 최고의 휴식법이다. 본디 사람은 온전히 쉬기가 어렵다.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쉬지 못하면 몸과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다. 특히 온갖 자극이 넘치는 사회 속 현대인들은 더욱 그렇다. 이 또한 온전히 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최상의 기술이 명상이다. 잘 쉬어야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듯, 마음을 잘 쉬어야 잘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고, 나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가수, 공익법인 대표, 명상가이자 명상 멘토라는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어떤 수식어로 불리고 싶나.
▶공익법인 대표라기보다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저는 노래도 나눔이라고 본다. 그리고 명상을 위한 활동도 제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하거나 힘들어하는 어떤 이에게 제 노래가 위안이 될 수 있고, 명상 또한 제가 마음공부를 통해 얻은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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